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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호 인천시 남구 한의사회장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중요한 무언가를 선택할 때 우리가 자주 얘기하는 명언이라 할 수 있는데, 흡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담배를 한 번 피우기 시작하면 평생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담배에는 4천여 가지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그중 43가지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알고는 있지만 마약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해서 끊기 쉽지 않다. 많은 연구 결과 담배가 폐암, 후두암, 뇌졸중, 심장질환의 매우 중요한 발생 원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배를 처음 피우는 사람들은 그저 단순한 호기심과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마음으로 담배를 시작한다. 그리고 화려한 디자인의 담뱃갑과 상쾌한 이미지의 디스플레이 광고는 담배의 위험성을 가리면서 반항적이고 멋진 이미지를 내세우는 등 상품의 이미지를 교묘히 포장하고 있다.

특히 호기심 많은 청소년에게 담배광고는 그야말로 치명적 유혹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조사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흡연율은 11.9%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성인처럼 행동하고 싶은 마음과 멋진 담배광고로 인해서 담배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아직 많다. 담뱃갑에 흡연의 폐해를 정확히 알리는 경고 그림을 붙이거나 학교정화구역 내 담배광고를 금지하도록 하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담배의 위험성을 알게 된 이후의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8년 5월 31일을 세계 금연의 날로 정하고 각국에서는 매년 세계 금연을 날을 맞이하면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맞는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전파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규격화 무광고 포장정책 준비가 되셨나요?(Get Ready for Plain Packaging?)’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제이다. 규격화 무광고 포장(Plain Packaging)이란 담배 제품 포장에 정해진 색깔과 글꼴로 브랜드 이름만을 표기하고 그 외 담배회사 로고, 색상, 상표, 브랜드 이미지, 판촉 정보 등의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2011년 호주를 시작으로 5월 20일 영국과 프랑스에서 제조되는 담배에도 규격화 무광고 포장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세계 9개 국가에서 무광고 포장 도입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거나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경고그림을 오래전에 도입한 국가들은 갈수록 크고, 눈에 띄는 경고그림, 담뱃갑 자체의 매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색상을 고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장된 이미지를 벗기고 담배의 위험성을 표시하는 제도가 국제사회의 일관된 정책 방향이다. 이러한 담배 경고그림을 도입한 국가에서는 평균 흡연율이 4.2% 낮아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 정책흐름에 발맞춰 청소년들을 담배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담배의 정체를 정확히 몰랐던 과거와 달리 청소년들에게 진실을 정확히 알리는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당연한 의무이다.

 흡연자 개인에게는 이러한 정책흐름이 답답하고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흡연자들도 본인의 자녀가 흡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흡연자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흡연은 일단 시작하면 순수한 개인 의지만으로 금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흡연자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결과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당연히 선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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