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바이오플러스인천 콘퍼런스가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인천 송도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 앵커 기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생산기지를 이곳에 구축하고서다.

 22일 인천시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2016 바이오 플러스 인천’ 행사에서는 글로벌 바이오 비즈니스의 혁신 거점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 논의됐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삼성의 새로운 도전과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삼성 바이오 CMO(위탁생산) 사업의 경쟁력과 전략을 소개했다.

 삼성은 새로운 먹거리를 구상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에 2007년 신사업추진팀을 만들어 지금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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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열 상무.
윤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선제적인 생산설비 투자와 규모의 경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할 예정"이라며 삼성의 본격적인 사업 투자로 2018년까지 생산능력 기준 업계 1위에 등극하고 진입 장벽을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생산설비와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글로벌 1위의 위상을 유지하고 임상물질 생산과 세포주, 공정 개발 서비스 등을 제공해 위탁 개발 및 제조업체(CDMO)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그는 "앞으로는 미국과 유럽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아보려고 한다"며 "생산설비라는 공간과 바이오의약품 관련 서비스, 솔루션을 파는 3S 판매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양성욱 품질보증담당 이사 역시 포럼에서 ‘미국·유럽의 GMP 실사 경험’을 주제로 해외 규제당국으로부터 생산시설을 실사받은 사례를 공유하고, 해외 수출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것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2016 바이오플러스인천 콘퍼런스가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바이오의약품을 해외에 판매하려면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유럽 EMA(의약품청)의 까다로운 현지 실사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램시마를 판매하고, 이달부터 미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는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한국은 물론 미국·유럽·멕시코·브라질 등 16개국 31개 규제기관의 실사를 받아왔다.

 실사 과정에서는 해당 국가가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 줘야 한다. 이전 실사 이후에 변경된 사항이 무엇인지, 협력업체와 어떤 계약을 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특히 FDA의 경우 과학자 2명이 포함된 5명의 실사단이 2주간 꼼꼼하게 실사를 진행한다.

 이 같은 실사를 큰 지적사항 없이 성공적으로 마친 결과, 셀트리온은 유럽은 물론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얀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램시마를 포함한 TNF알파 억제제의 미국 시장은 약 20조 원으로 추산된다. 셀트리온은 올해만 2천600억 원 상당을 미국에 출하할 계획이다. 자신감도 붙었다.

 양 이사는 "제품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되면서 앞으로 할 일은 많아졌지만 퀄리티는 검증이 됐고, 노하우도 쌓였다"며 "뼈대가 될 부분은 수차례 검증을 받아 앞으로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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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메디슨 포럼에서 이화여대 최진호 교수가 주제강의를 하고 있다.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이날 행사는 인천시 CMO 클러스터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GBI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세계 CMO 시장 규모는 598억 달러(약 7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인천 바이오 클러스터는 국내 바이오 비즈니스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모델로 여러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인천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핵심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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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통신)에서 BT(바이오테크놀로지) 강국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인천이 글로벌 대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지가 돼야 한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6 바이오 플러스 인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 당시 초대 자문위원을 지낸 그는 ‘바이오 플러스 인천’ 개최에 누구보다 공을 들여 온 인물이다.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는 세계적인 공항이 인접해 있어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인천은 분명 글로벌 제약 CMO 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서 회장은 2018년 전 세계 CMO 시장 규모가 589억 달러(한화 약 6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CMO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인천을 대표 CMO 기지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앞서 인천경제자유구역 초창기 자문위원이었을 당시에도 이 같은 주장을 했다고 한다.

 "멀지 않은 미래 국내 바이오의약품은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 큰 수출 주력 품목이 될 것이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어 값싼 바이오의약품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인천은 세계 2, 3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가 위치해 있다. 2018년에는 삼성바오로직스가 18만L 규모의 3공장을 준공해 세계 1위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서 회장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내년 인천에서 열릴 ‘바이오 플러스 콘퍼런스’를 더 큰 규모의 국제 행사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미 내년 행사를 위해 송도컨벤시아 행사장도 대관해 놓은 상태다.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 개최한 바이오 플러스가 국내 업체들 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행사였다면 이번 인천 행사를 계기로 내년부터는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적인 ‘코리아 바이오 플러스’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국내 226개 바이오 관련 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바이오협회의 수장인 서 회장은 IT 강국 대한민국이 또 한 번 BT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 자신했다.

#미하엘 그룬트 한국머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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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될 바이오산업은 한국의 차세대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미하엘 그룬트(Michael Grund)한국 머크 대표이사는 자동차와 반도체 위주의 한국 경제가 바이오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했다. 또 바이오산업은 복잡한 생물학적 체계를 가지고 있어 응용 분야가 폭넓은 만큼 업체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룬트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단순히 한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능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학계, 운영, 인력자원 부분에서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머크가 인천을 포함해 전 세계 6개국에 엠랩(m-Lab)과 같은 협업센터를 두고 있는 이유다.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은 이미 유럽 시장을 앞섰다. 그룬트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 66개국에 협력사를 두고 5만여 명의 인력을 운영하는 머크는 바이오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생산과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각국 바이오 관련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생산 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룬트 대표는 지난달 송도에 문을 연 앰랩이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줄 것이라 자신했다. "단순한 협력업체가 필요로 하는 툴 제공뿐만 아니라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과 머크가 보유한 방대한 생명과학 분야 데이터를 통해 최선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 100만 명 이상 글로벌 고객과 30만 개 이상의 생명과학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머크의 프로세스 솔루션을 통해 곧 인천에서도 새로운 협업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머크는 1668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바이오 기업으로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선도적인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킬리언 오드리스콜 NIBRT 프로젝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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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인천에도 NIBRT와 같은 바이오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

 아일랜드 국영 바이오의약품 연구 및 인력 양성기관인 NIBRT의 킬리언 오드리스콜(Killan O’Driscoll)프로젝트디렉터는 전문성을 요하는 바이오산업에서 신뢰성 있는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2016년 바이오플랜어소시에이트에 게재된 주요 바이오회사 경영진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 바이오업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전문인력 부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NIBRT와 같은 국영 바이오 연구 및 교육기관이 인천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2011년 글로벌 바이오기업 유치를 위해 NIBRT와 같은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했지만 인천의 경우 이미 충분한 여건이 성숙됐다는 이유다.

 오드리스콜 디렉터는 "실질적인 경험이 있어야 현장에서 전문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며 "NIBRT에서는 실제 작업라인과 동일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을 청년실업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시행한 스프링보드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졸업생 400여 명이 NIBRT에서 바이오 기술교육을 받았고, 그 중 70%가 바이오제약 분야에 취업했다"고 했다. 또 "한국 젊은이들은 아직까지 바이오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미래 산업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바이오 분야의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홍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된 NIBRT는 매년 4천여 명의 바이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이저(Pfizer)와 브리스틀마이어스(BMS) 등과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일랜드에 대거 진출해 있다.

# 조동성 인천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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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는 64개 학과를 모두 바이오 분야로 특화하고 바이오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국립인천대 조동성 총장은 2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된 ‘2016년 바이오 플러스 인천 콘퍼런스’ 마지막 기조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학 내 바이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모임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 연구개발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

 조 총장은 "바이오산업은 타 산업과 비교해 장기간 기술 축적 기간이 필요하다"며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여기에 인천대의 역할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송도국제도시는 국내 최고의 바이오 기업들이 입주해 있지만 이들을 지원할 연구기관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천의 바이오산업을 뒷받침할 연구개발 분야는 미진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조 총장은 "부와 건강 등 인간의 다섯 가지 복(福) 중 무엇 하나 생명과학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인천은 이 모든 복을 안겨다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스마트폰을 빗대어 앞으로 바이오가 우리 삶을 지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각 개인의 게놈(유전자 전체) 지도가 나오면 병원의 성격 자체가 유전자를 고치는 공장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인천대가 있을 것이라고 조 총장은 강조했다.

 한편, 조 총장은 이날 한국 바이오산업과 관련해 생명산업부와 같은 정부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홍봄 인턴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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