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브 러브(Book of Love)
129분/로맨스/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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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통해 우연히 편지를 주고받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영화다. 주인공은 마카오의 카지노 딜러 ‘지아오(탕웨이 분)’와 미국 LA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다니엘(우슈보)’이다.

지아오는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아버지가 생을 마치며 남기고 간 빚 때문에 늘 돈을 벌여야만 하는 처지다. 하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린다. 이에 반해 다니엘은 돈을 버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적인 사업가이다. 선인장처럼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친구 등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살아간다.

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것은 책 한 권이다. 「채링크로스 84번지」라는 책을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아오는 그 책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며 책의 주소지로 보내 버린다. 다니엘도 마찬가지. 「채링크로스 84번지」 책 때문에 한 카페에서 봉변을 당하자 홧김에 똑같은 행동을 벌인다.

그런데 자신들이 보낸 책이 편지와 함께 다시 되돌아오면서 서로 누군지도 모른 채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나오는 「채링크로스 84번지」는 국내에서도 2004년에 출간된 책이다. 미국 뉴욕에 살았던 작가와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가에 있는 한 헌책방 직원이 1949년부터 20년에 걸쳐 주고받은 우정의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어 본 독자라면 영화 ‘북 오브 러브’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2013년 개봉된 중국 영화 ‘시절인연(Finding Mr. Right)’을 떠올리는 관객도 있을지 모른다. 똑같이 쉐샤오루가 감독을 맡고 주연 배우로 탕웨이·우슈보가 출연한 데다, 어려운 형편의 여주인공과 사랑에 실패해 조심스러운 남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또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북 오브 러브’를 본 국내 관객들은 PC통신을 매개로 사랑에 빠져드는 청춘들의 이야기인 영화 ‘접속(1997)’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추억을 자극하는 따뜻한 영상미를 좋아하거나 아날로그 감성에 푹 빠져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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