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 교장.jpg
▲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장
고도의 산업화와 정보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것보다는 현대적인 것을, 정신적인 것보다는 물질적인 것을, 엄격한 규율보다는 자유스러움과 편리함 등을 강조하는 경향이다. 이러다 보니 전통예절과 아름다운 고유문화는 점점 거리감을 주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고치고 다듬어서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학교와 가정, 사회교육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유필유방(遊必有方)이란 말이 있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먼 곳에서 놀지 말며, 놀더라도 반드시 자신의 소재를 알려 드려서 근심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효를 강조한 말이다. 옛날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 중에 효심이 지극한 딸에 대한 이야기다. 한 소녀가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며 살고 있었으나 어느 해 흉년이 들어 식량이 다 떨어졌다. 소녀는 굶주려 누운 어머니의 요깃거리를 마련하려고 헤매다가 뽕나무를 발견하고,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정성스럽게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녀는 산적 떼를 만났다. 소녀를 끌고 가려는 산적들이 장난삼아 소녀의 바구니를 열어 보니, 잘 익은 오디와 아직 덜 익은 오디가 따로 담겨 있었다. 산적들이 그렇게 구별해 담은 이유를 묻자, 소녀는 잘 익은 오디는 어머니께 드리고, 덜 익은 오디는 자신이 먹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산적들은 어린 소녀의 효성에 감복해 자신들이 갖고 있던 식량을 듬뿍 주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다.

 옛날에는 가부장적 대가족 제도로 엄한 아버지와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예절교육을 강요했다. 그러나 현대의 가정은 아버지의 권위 약화, 부모와 자녀 간 대화 부족, 지식 위주의 교육, 자녀에 대한 관심 부족이나 과잉보호 등은 예절교육의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부모나 웃어른의 솔선수범 속에 스스로 익히는 예절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과 같이 예절교육의 조기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어른 공경예절, 언어예절, 식사예절, 집안일 보살피기, 손님 접대 예절 등 다양한 전통예절을 생활화하도록 지도되어야겠다.

 전쟁에 패망한 일본이 오늘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자녀교육이 철저했기 때문이다. 매사에 철저하고 빈틈 없이 처리하는 책임감, 개인보다 단체나 사회, 국가를 더 중시하는 단합된 협동심, 애교가 넘치는 인사예절 등이 나라발전으로 승화시켜 일본의 오늘을 만든 것이다. 일본의 아버지는 자녀에게 소신 있고 확고한 의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고, 어머니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일관성 있는 태도와 훈훈하고 따뜻한 사랑의 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점이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며 서로 협동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진리다. 예절교육은 방학도 휴일도 없다. 오늘날 우리 부모들의 돈 벌기나 출세지향 주의, 향락추구의 바쁜 생활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보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미래 우리나라의 주역들이다. 이들의 장래는 부모의 역할에 달려있다. 이들이 바르고 고운 인성을 지니고 성장하려면 우선 부모의 모습이 중요하다. 물론 세대 간 부모들의 가치관의 차이와 규범적 가치들이 흔들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나 자녀를 우선 생각하는 바른 예절의 습관 형성이 우선일 것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권위주의적인 방법으로 전통예절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예절의 위기 상황에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예절 교육을 외면할 수 없다. 예절생활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인간관계의 요소이며, 사람의 교양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승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부만 잘하면 행실이 좀 나빠도 용서하고 귀여워해 주는 부모 밑에서는 예절 바른 자녀나 효도하는 마음을 지닌 자녀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가정은 방학도 없는 예절교육의 장이다. 부모의 예절 교육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고 자녀의 올바른 예절습관이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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