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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나라를 온통 오물 덩어리로 뒤집어 씌우고, 공화정의 근본인 공공성과 공정성을 망가뜨린 박대통령은 검찰이 피의자로 밝히자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며 검찰 수사 자체를 부인했다. 물론 발표는 청와대 대변이 대신했으나 이는 대통령의 인식일 터이다. 문제는 심각하다. 거짓말투성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무능과 불통, 부패도 문제지만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은 분노와 서글픔을 넘어 초라하고 불쌍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거짓을 용서하지 않고 단죄해야만 이 거짓의 역사와 단절할 수 있으니 어쩌랴. 거짓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잘못된 사상과 견해를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어 대중들에게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것. 독재자나 사이비 종교에서 이런 거짓말이 넘쳐난다. 두 번째는 사실과 행위에 대해 ‘아니다’라고 잡아떼고, 몰래 감추고 때로는 되레 뒤집어씌우는 거짓말이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증상이 있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부정하고 허상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다. 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거짓말은 첫 번째나 두 번째를 망라하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언론이 보도했을 때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유언비어"라고 하더니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다 명백한 증거가 나오자 "연설문을 도움 받는 정도"라고 말을 바꿨다. 새로운 사실이 들통 날 때마다 또 다른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놓는 식이다. 그리고 사과하는 것도 자신의 과오에 대한 사과만 할뿐 사실과 진실을 숨기고 부정하고 역공한 것, ‘거짓’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거짓말한 죄를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절대로 하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자기합리화, 자기 왜곡, 공감능력의 상실이다. 거대한 민심의 분노를 외면하는 뻔뻔함과 어떤 위기에서도 멘탈 갑으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리플리 증후군’의 위험성에 대해 의학서는 ‘본인의 상습적 거짓말을 진실인 것으로 믿게 되면 단순한 거짓말로 끝나지 않고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기억한다. 첫 대국민 사과할 때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으나 올 4월까지 계속된 것으로 밝혀졌고, "기업의 뜻을 모아 순수하게 참여" 했다고 했으나 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지시하여 재벌에게서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이 구속된 다음 날의 대국민 담화에서는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성실하게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고 하더니 수사에 대해 협조는커녕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한다는 말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약속하고는 나중 유족들이 "말 좀 들어달라"고 호소할 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유유히 걸어가던 그 모습은 지금도 선연하다. ‘거짓말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를 진지(陣地)로 삼아 농성 중이다. 성 안에 갇힌 줄 모르고 성 밖 시민들을 상대로 결사항전 태세고 성 밖의 한 줌 친박 부역자들을 믿는 것인지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나라가 절단 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투다. 지금도 최태민이 옳고 최순실은 순수하다고 믿고 있을까? 위기에 처한 자신의 처지가 측근들의 배신이라며 원망하고 그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을까? 내일은 또 무슨 거짓말로 이 난관을 통과할 것인지를 궁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도 자신이 거짓말로 국민을 너무 많이 농락했고, 그래서 국민들이 화났다는 건 인정할까? 무엇보다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은 아는 걸까?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판단력에 비추어 볼 때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지금 폭로되지 않았다면, 대통령과 친박이 구상한 이원집정제 개헌이 이루어져 허수아비 지도자를 내세우고 전대미문의 협잡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라도 용단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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