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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매립지 노동자
서울고등법원은 자조근로사업장인 청라매립지에서 둑막이 공사를 벌인 노역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노역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헌법 제21조 1항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국가는 적어도 청라매립사업 노역자들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셈이다. 1964년 9월 9일 매립면허 승인이 떨어진 청라매립지 매립사업은 분명 자조근로사업이었다. 1969년 7월 18일 매립면허를 얻은 이명수(1991년 당시 72세)봉덕학원 전 이사장(공화당 영등포을구 지구당 위원장)과 박효익 전 인천시 북구청장이 매립 준공 뒤 청라매립지의 투자 지분에 따라 토지를 분배하기로 계약한 이유다. <관련 기사 17면>

당시 밀가루 등 국제구호단체의 지원을 받는 근로사업장의 노역자들에게는 정부의 ‘자조근로사업 실시요령’에 따라 품삯 개념으로 3㏊씩 논이나 밭을 나눠 줘야 했다.

청라매립사업은 ‘CARE’라는 국제구호단체의 밀가루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노역자들의 몫인 땅은 끝내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이명수 전 이사장과 국영 기업체인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차지였다. 배급 밀가루를 빼돌려 사익을 챙긴 이명수 전 이사장의 후손들은 1992년 10월 27일 동아건설산업㈜(이하 동아)으로부터 청라매립지 터 6만7천470㎡를 찾았다. 이 전 이사장이 1984년 6월 1일 매립사업에 손을 떼는 조건으로 매립 준공 후 땅을 받기로 한 동아와 약정 때문이었다.

이 전 이사장의 후손들은 지금도 부(富)를 누리고 있다. 그의 딸이 이사장인 봉덕학원은 2010년 청라 달튼외국인학교 터(4만6천200㎡)를 3.3㎡당 56만4천여 원을 LH에 주고 샀다. 지금 이 땅의 3.3㎡당 공시지가는 284만1천여 원으로 4.7배나 급등했다.

매립면허권을 가로챈 재벌 동아는 정권 말기를 틈타 청라매립지를 담보로 1조9천억 원을 챙겼다. 땅(1천34㏊)을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넘겨받은 LH는 용지비와 조성비를 포함해 3.3㎡당 114만6천 원인 땅을 주택과 상업용지로 828만~1천12만 원에 건설업체에 팔았다. 한국농어촌공사도 농지 41.9㏊를 ‘친환경복합단지’라는 이름으로 준공업이나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했다. 자조근로사업장 청라매립지의 매립사업에 청춘을 바쳤던 노역자 592명이 분노하는 이유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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