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바르지 못한 자이기에, 나는 너를 버린 것이다(汝心術不正, 吾故棄汝)"

 삼국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이 여럿 있다. 그중 여포의 책사였다가 체포된 진궁이 조조와 나누는 대화가운데 이 구절이 나온다. 조조는 의롭게 살아온 진궁을 살려 주고자 했으나, 진궁은 자신이 모셨던 여포의 악행과 배반의 심벌이었던 전비를 알고 있었던 터라 "오늘은 내가 오직 죽을 따름이다. 어서 죽여라"하고 강경하게 요구한다. 늙으신 어머님과 어린 자식을 생각하면 못이기는 체 하고 조조의 뜻에 따랐겠으나 여포를 모실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마디 변명조차 않고 책임을 지는 의연함을 보였던 것이다. 난세를 살아가려면 수많은 거짓과 손을 잡는 일이 생긴다. 염치와 정의는 땅에 떨어지고 비리와 음모가 판치며 이익이 있으면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세태가 만연하기 마련이다. 그러할 때에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고 목숨을 바쳐 죄업을 씻으려는 자세는 진정한 인간으로서 빛난다. 어떻게 하든 책임지지 않고 버티려는 속된 우리 사회에서 되새겨 볼 마땅한 말이 아닐까 싶다. <삼국지리더십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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