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할랄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자본·기술·정보 등에 취약한 경기도내 중소기업에게는 할랄 시장 진출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절차와 기준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할랄 인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할랄 시장을 잡아라’ 마지막 편에서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듣고 할랄 식품시장 전망과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과제에 대해 짚어 봤다.

# 농촌진흥청 황대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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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 황대용 박사는 중소기업의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해 "할랄 식품 인증을 위한 지원 및 해외 유통망, 해외 전시회·박람회 참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박사의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최근 농진청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농진청은 지난 6월 ‘소규모 농산업체의 할랄 가공식품 생산기술 및 수출 전략 개발’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할랄 식품은 국내 소비시장이 매우 작아 국내보다는 해외 수출을 위해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현재 할랄 인증을 받은 기업 제품 수출 비중은 48.7%로, 국내 판매 비중보다 오히려 낮았다. 수출금액 역시 10만 달러 미만이 65%를 차지하고 있어 수출 규모도 미미한 상태다.

할랄 식품 수출기업에 대한 수출 대상 국가 조사에서도 이슬람권 국가는 20%에 불과하고 비이슬람권 국가가 80%를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할랄 인증 제품에 대한 수출 전략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황 박사는 이에 대해 "소규모 농산업체 단독으로 해외 유통망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해외시장 정보 습득, 해외 식품 규정 및 통관 절차 등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럼에도 현재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세계 할랄 식품시장에 맞춰 기업들도 수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지원정책도 할랄 식품 수출 활성화를 위해 할랄 식품 인증을 위한 지원 및 해외 유통망, 해외 전시회·박람회 참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또 "아직 할랄 식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교육 확대를 통해 할랄 식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 "할랄 식품 생산을 위해 원료 구입부터 입고 관리, 원재료 보관 및 이송, 가공·생산관리, 포장, 저장·운송,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할랄 제조공정 매뉴얼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할랄산업연구원(KIHI) 노장서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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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할랄 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인증기관의 확산 및 공신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 노장서 사무총장은 할랄 인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기술 측면의 정부 지원을 강조한다.

실제 톰슨 로이터의 ‘이슬람 경제 현황 보고서 2015·2016’에 따르면 이슬람 경제는 2014년 1조8천억 달러에서 2020년 2조6천억 달러로 약 4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식품은 1조5천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 사무총장은 "이 같은 성장 배경은 무슬림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기인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4년 ‘할랄제품보장법’이 제정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할랄화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무엇보다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우리나라도 국내 업체가 할랄 인증을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간 1천~2천 개 이상 제품이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규모 자체가 커져야 하는데, 현재 국내 인증기관들은 규모도 작을 뿐더러 국제 공신력이 낮은 실정"이라며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인증기관이 많이 생기고, 이 같은 인프라 조성을 위해 정부에서도 할랄랩 등 과학기술 측면에서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 사무총장은 또 할랄 진출을 위한 R&D 분야 확충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할랄 식품 수출사업의 근간은 원료·성분과 같은 원재료 개발 및 제조공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R&D 분야"라며 "특히 할랄 인증을 획득했을지라도 R&D 분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할랄 지역을 겨냥한 우리 농식품 수출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 주도로 발족한 할랄 식품사업단과 익산 식품 클러스터 내 조성을 추진 중인 할랄 식품 전용단지에서 이러한 R&D 분야를 맡아 원재료 개발 및 인증 관리가 미흡한 중소 식품 수출업체들의 애로를 적극 해소시켜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 펜타글로벌 조영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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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글로벌은 국내 유일의 할랄 인증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 글로벌 할랄 인증 획득 컨설팅, 경영 컨설팅, 프로젝트 등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할랄 인증 최다 성공 케이스라는 성과도 이뤄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슬람 시장 진출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펜타글로벌 조영찬 대표를 만나 할랄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식품업계에서 할랄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대해 동의하나.

▶전 세계 4분의 1에 육박하는 무슬림 인구,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남아 이슬람국가 그리고 중동 국가의 구매력을 감안하면 블루오션이라는 분석은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루오션 진출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만만치 않은 장애가 있다. 할랄로 대변되는 무슬림만의 특징적인 구매 행태에 대응해야 하고, 이미 진출해 있는 서구 브랜드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레드오션은 경쟁은 치열하지만 어디든 물고기가 많은 바다인 반면, 블루오션은 경쟁이 없는 대신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지 않으면 물고기를 찾지도 못하는 바다이기도 하다. 상투적인 결론이지만 대담한 도전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장이다.

-현재 국내 할랄 식품 진출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은.

▶아직 한국의 할랄 식품 진출은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최근 2~3년간 할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다수의 기업이 이슬람 시장을 두드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할랄 인증을 이슬람 시장 진출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오해하고 있고, 인증 획득과 동시에 신시장이 열릴 거라는 기대가 매우 크다.

무슬림 소비자 역시 ‘싸고 좋은 물건’을 원하는 건 마찬가지다.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자기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좋은 결과를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정부에서도 할랄 식품 등 무슬림 관련 산업 육성 방침을 발표하면서 관련 업계도 들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히 알아야 할 것이나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부처나 업계 모두 이슬람 시장이 아직 낯설긴 할 것이다. 하지만 ‘구경꾼 모드’를 빨리 벗어나 그 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부딪히다 보면 보다 실질적인 육성 정책도 수립될 것이고, 현지 무슬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안도 떠오를 것이다.

이슬람 시장 진출도 기초가 중요하다. 여기에서의 기초는 문화의 이해인데, 소비자와 바이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면 제대로 진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슬람과 무슬림에 관한 책이나 자료를 최대한 많이 접하는 것이 유리하다.

-할랄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애로를 겪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에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문화적인 이해도 불충분하고 주변에 할랄 인증을 받은 업체도 많지 않으니 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래도 기본적인 요건만 충족된다면 오히려 HACCP 인증보다 수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지원 업체가 해당 규정이나 대응 방법을 모르기 때문인데, 실무 차원에서 꾸준히 정보 수집을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할랄 인증을 진행할 때 유의할 점은 국내외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 중 자기 회사에 맞는 최적의 기관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업체가 가장 많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 이 단계인 만큼 다시 한 번 신중한 인증기관 선정을 강조하고 싶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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