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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용 변호사
지난 25일, 토요일에는 오전부터 눈이 내리고 오후에는 진눈깨비가 내릴 것이라는 보도로 날씨가 추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저녁 6시경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차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인 150만 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그 몇 시간 전에는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청운동 주민센터에 10만 명 이상이 몰려가 인간띠 잇기를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빨리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소를 몰고 와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겠다는 농민, 온 가족이 광화문 광장에 나와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치는 모습 등 말이 150만 명이지 엄청난 물결이었고 함성이었다. 본 집회가 끝난 8시께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을 때, 끝이 없는 대열이 청와대를 향해 몰려갔다. 나도 일행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친구의 팔짱을 끼고 삼청동을 향해 진격 또 진격했다. 1차 3만 명, 2차 20만 명, 3차 100만 명, 4차 60만 명, 5차 150만 명…. 다음 6차에는 20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이다. 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퇴진하라고 외치는 것일까? 한마디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면 소신을 갖고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알고 보니 최순실과 그 일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였다는 것이고, 아무 것도 모르는 무식쟁이라는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는, 내가 만난 그 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사기극을 벌였다는 생각에 너무 분통해서 그만 물러나라고 외치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위치에까지 떨어졌다. 헌법 제84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형사상 불소추 특권은 대통령이 재직 중 수사를 받는데까지 미친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수사는 가능한 것이다. 검찰의 수사를 받는 대통령, 그것도 최순실과 그 일당의 공범으로 혐의를 받아 수사를 받아야 하는 대통령, 우리는 그런 대통령이 대통령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엊그제 11월 28일에 교육부장관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라는 것과 집필진 3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작년 10월 12일, 박근혜 정부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행정예고하고 그 후 11월 3일 국정화 방침 고시를 확정한 이래 1년여 만에 공개한 것이다.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은 예상대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국가 건국일로 왜곡했고, 이승만이 일제 때 외교독립투쟁했다고 미화했으며, 급기야 박정희의 5·16쿠데타를 5·16군사정변이라고 하면서도 혁명공약이라는 것을 실어 마치 5·16쿠데타가 혁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등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인 것이다. 국정교과서 집필진의 면모는 또 어떠한가, 애초에 46명으로 구성한다는 집필진은 31명뿐이며, 이는 대다수의 역사학 교수 및 전문가들이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대사 집필진을 보면 역사학 전공자가 한 명도 없고 그 중 4명은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친일 성향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한국현대사학회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뿐인가, 작년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추진될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인 김상률은 차은택의 외삼촌으로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의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니, 그래서 지금 공개된 국정교과서를 최순실 교과서라고까지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최순실의 지시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한 국정교과서임이 밝혀진 이상 조만간 물러나야 할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사라져야 할 교과서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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