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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박사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서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해 적(敵)을 아는 군사정보(軍事情報)가 전승(戰勝)의 절대적으로 중요한 필수요소라는 명언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용간편(用間篇)에서는 "군의 지휘부가 정보활동 비용을 아껴서 적정을 알지 못한다면 이는 가장 어리석은 일로서 이런 자는 장수가 될 수 없고, 왕을 보좌하는 역할도 못하고, 승리를 차지할 주인공도 되지 못한다"고 군사정보의 핵심적 가치를 기록했다.

 현대전에서도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참모활동은 ‘정보 획득’이다. 전쟁의 결심에는 바로 ‘정보’라는 결정적인 동인(動因)이 작용하는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1832)에서 ‘정보란 적과 적국에 관한 모든 종류의 첩보를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계획과 작전에 기초가 된다’고 정의했다. 우리 군의 합동교범 2-0 「합동정보」에도 ‘정보는 적전 계획과 준비, 실시에 기초가 되는 요소이다’라고 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이 협정 체결에 대해 시중의 여론은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할 것이다. 그 반대 의견들 가운데는 한일 GSOMIA가 ‘최순실 게이트’ 물타기를 위한 꼼수라느니, 또 이 협정이 유사시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느니, 사드 배치 결정에 이은 한일 GSOMIA는 미국의 압박으로 체결한 것으로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서 신냉전체제를 형성한다느니 뿐만 아니라 한국 군이 일본 군에게 군사정보를 뺏기는 역조 현상으로 무용지물이라는 무책임한 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 심지어는 21세기 한일 GSOMIA를 1905년 을사조약에 빗대어 국군주의 혼령이 침범했다느니, 불행한 역사를 반복한 어리석은 일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군사안보적 전략전술’을 모르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 할 것이다.

 한일 GSOMIA는 상호적인 정보교환 협정이지 일방적인 요구제출 협정이 아니다. 일본은 2003년부터 IGS위성, 즉 군사용 첩보위성을 14기나 우주로 쏘아 올렸다. 그 중 2003년 말에 실패한 2기를 제외하고 12기의 위성 중 7기는 수명이 다해 퇴역하고, 현재 5기(광학 2, 레이더 2, 예비 1)가 운용 중이다. 일본의 첩보위성은 레이더위성과 광학위성으로 구분된다. 광학위성은 고해상도의 사진 촬영이 가능한 최첨단 적정 감시 장비다. 2015년 3월 발사한 광학5호기는 첩보해상도가 무려 30㎝에 이르며, 레이더위성은 기후 상태나 밤낮의 구분 없이 관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일본은 시긴트(SIGINT), 즉 통신감청 능력도 뛰어나다. EP-3C 항공기 등 다양한 자산에 더해 지형상 일본 측에서 실시하는 전파 감시가 산맥으로 막힌 우리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추가적으로 탐지거리 1천㎞ 이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대 등의 다양한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진 우리 군은 결코 충분한 전투력의 군대가 아니다. 우리 군은 65만 병력으로 세계 군사력 8위의 전투력을 보유한 정규군이지만 120만 북한이라는 세계 4위 군사력의 적에게 상대적으로 열세다.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입장에서 가장 취약한 ‘군사정보 획득 능력’을 최단시간 내 보강해야만 하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대북 군사정보의 획득은 적의 기습으로부터 군을 보호할 수 있는 전쟁의 첫 단계다. 일본이 예뻐서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가 더 소중해서 체결한 것을 알고나 반대하라. 군대는 ‘백년양병, 일일용병(百年養兵, 一日用兵)’이라 해 나라가 침략을 당할 때 단 하루를 쓰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일찍이 손자는 ‘병자궤도(兵者詭道)’라고도 했다. 이 말은 군이 전승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군사적 도덕률’이다. 덩샤오핑은 ‘흑묘백묘(黑猫白猫)’, 쥐를 잡는 고양이라면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나 관계없다 말했다. 안보는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일은 우리 군이 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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