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새누리당 의원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주먹다짐'까지 갈 만큼 막말이 오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일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전체회의가 벌어진 가운데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이 표창원 의원에게 일갈을 하면서 사건이 발단됐다. 표창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거나 고민하는 새누리당 의원의 명단을 공개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박성중 의원은 "내가 이것 때문에 새벽 3시에 전화를 받았다. 이건 인격모독이고 살인"이라며 "새누리당 내에서 격론이 진행되는 사안을 끄집어내 명단을 공개하는 건 지나치지 않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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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표창원 의원의 명단 공개와 함께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올라갔다. 이로 인해 몇몇 의원들은 전화로 욕설을 듣거나 '문자 테러'를 당했다는 전언이다. 박성중 의원도 이에 해당된 것으로 보인다.

박성중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야당 의원들은 법안 심사가 아닌 다른 발언은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뭐가 문제냐",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라는 말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여야 간의 충돌 조짐은 소강상태를 보이다 법안 의결로 돌아섰지만 이후 장제원 의원이 표창원 의원에게 "아니 그렇게 예의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퍼놓고 그게 예의냐. 예를 먼저 차려라"며 "할 짓을 해야지 말이야"라고 일갈하며 자리를 뜨면서 사단이 났다.

표창원 의원은 장제원 의원의 말을 듣자마자 "뭐? 장제원"이라고 고함을 쳤다. 장제원 의원도 질세라 "왜? 표창원"이라고 맞받아쳤다.

표창원 의원은 "이리 와봐"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장제원 의원은 "왜? 뭐? 네가 아직도 경찰이냐"며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상기된 얼굴로 표창원 의원에게 다가섰다. 두 의원이 팔소매를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자 여야 의원들은 회의를 급히 멈추고 뜯어 말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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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의원은 이후에도 새누리당 의원의 계속된 항의를 받았다.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표창원 의원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못 살겠네, 정말 못 살겠어"라고 말했다. 문자 테러를 당한 것을 표창원 의원에게 보여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표창원 의원은 쓴 웃음을 지으며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를 외면했다. 연이어 권성동 의원은 표창원 의원에게 "왜 물어보지도 않고 남의 전화번호를 올리냐"고 따졌다.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도 같이 합세해 표창원 의원을 둘러싸자 더민주 의원들이 표창원 의원의 팔을 붙잡고 자리를 피하며 상황은 끝이 났다.

표창원 의원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새누리당 탄핵 의원 명단 공개에 이어 이날에는 "지역구민께서 전화를 빗발치게 하니 힘들고 괴로우시겠죠. 절 비난하십시오, 다 받겠습니다. 하지만 의원님들도 명확히 입장을 밝혀주십시오"라며 "국민은 단 1분 1초도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께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시면 국민은 어쩌란 말씀입니까? 찬성이든 반대든 보류든 다른 대안이든 본인 소신에 따라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공개해 알 권리를 충족시켜드리는 것이 정치의 도리"라는 글을 게시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예의도 품위도 없는 국회의원의 행태는 유사 이래 없었다. 탄핵정국을 둘러싸고 정치적 노림수만 고려해 동료의원을 매도하려는 질 나쁜 공세다. 정치테러를 중단하라"며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국회윤리위 제소를 포함한 고발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전교조 명단 공개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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