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부동산규제 정책(11·24) 등으로 내년도 민간아파트 분양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도 협회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주처와 공기업, 민간 대형 건설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지역 전문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보다 열심히 세일즈할 것입니다."

지문철(53·사진)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시회 회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에도 지역의 전문건설업은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로 건설경기가 호황이던 그의 임기 초반에도 그는 같은 말을 했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발의로 그 어느 때보다 정국이 혼란스럽던 지난 2일 인천시 구월동 전문건설회관에서 만난 그는 나라 걱정보다 당장 닥쳐올 지역 건설경기에 대처해야 할 일이 더 급해 보였다.

조경업을 하는 그 역시 자신의 사업장 챙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1천340여 회원사들이 처한 절박함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매번 만나는 사람에게 지역의 전문건설업체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는 지 회장은 인천의 재정 악화와 경기 침체로 인한 물량 축소, 인근 서울과 경기 지역의 대형 전문건설사와의 극심한 수주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서 이렇게라도 ‘읍소’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지역에서 이뤄지는 공사만큼은 지역 업체가 수주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요. 그래야 세금(법인세)도 내고 고용 인력도 늘어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러나 인천 지역 건설업체의 기성실적은 지 회장의 말처럼 그렇게 엄살 부릴 정도는 아니다. 올 초 신고된 지난해 인천 지역 전문건설업체 기성실적은 2조9천323억 원으로 전국 5위 수준이다. 이 중 하도급실적만 2조4천427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지역에서의 하도급 실적은 고작 6천320억 원(25.9%)으로 나머지 1조8천107억 원(74.1%)을 타 지역에서 수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 지역 업체 수주율 44.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명절 때 고향(경남 통영)에 내려가면 친구들이 어떻게 인천에서 협회장까지 맡아 사업을 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만큼 텃세가 없어 제가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에서는 지역 업체를 위해 주민들이 좀 텃세를 부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웃음)"

지 회장은 시 조례로 명시한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율 60%가 될 수 있도록 가끔은 ‘읍소’가 아닌 ‘강짜’를 부려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중계약서 작성이나 추가 공사비용 전가와 같은 불공정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을’의 입장에 있는 전문건설업체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지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무엇보다도 공정한 하도급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 개선과 발주처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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