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항공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8일 발표할 ‘산학융합지구’에 인천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차 공모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인천은 ‘지역 안배’라는 정치적 변수가 없는 한 입지 조건이나 사업 취지에 비춰 볼 때 이번 추가 공모에서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인천시는 일찌감치 인하대학교와 손잡고 산학융합지구 추진단을 구성하고 국가산업단지 1호인 남동인더스파크를 MRO(항공정비)산업의 배후단지로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총 사업비 585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에 인하대는 송도국제도시 내 교육연구용지 1만6천417㎡를 제공하고, 인천공항공사가 200억 원을 기금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시와 인하대가 주관하는 이 사업에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도 참여했다.

 시는 정부 공모사업인 ‘산학융합지구’로 이곳 사업부지가 선정되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 중인 MRO산업단지와 연계해 항공정비기술자 교육과 항공부품 연구개발 및 생산 등에 필요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인천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공들여 추진해 온 MRO산업이 정부의 ‘산학융합지구’ 선정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한 주다. <편집자 주>

# MRO산업의 현주소

▲ 대한항공 정비고
공기 정비(Maintenance)와 수리(Repair), 개조(Overhaul)를 뜻하는 ‘MRO산업’은 늘어나는 항공여객과 운송에 따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고 있다. 2001년 3월 개항한 인천공항만 해도 연간 여객 5천400만 명, 화물 450만t을 처리해 국제여객 세계 8위, 화물수송 세계 3위 공항으로 성장했다. 현재 90여 개 항공사에서 전 세계 54개국 193개 도시를 취항, 하루 뜨고 내리는 항공기만 1천여 대에 달한다.

 이처럼 여객과 화물 운송이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항공기 정비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11년 연속 서비스 세계 1위의 글로벌 허브 공항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인천공항에는 아직 전문화된 민간 MRO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항공기 정비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인천공항의 항공기 결항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인천공항 항공기 결항 편수는 2011년 11편(결항률 3.9%)에서 지난해 25편(15.2%)으로 증가했다. 또 저유가로 항공여객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올해 상반기에만 항공기 16편(23.5%)이 결항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내년 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한다. 인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여객처리 규모가 6천200만 명으로 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만큼 늘어난 여객 편의 항공 안전 확보를 위한 MRO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 MRO산업 최적지, 인천공항

현재 인천공항에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정비고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동시에 대형 항공기 2대를 정비할 수 있는 7만여㎡의 정비고를, 아시아나항공은 그보다 작은 3만3천여㎡ 규모의 정비고를 각각 운영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 기부채납(BOT) 방식으로 6만2천여 규모의 정비고를 추가 설치했다. 또 내년 4월 2만8천여㎡ 규모의 LCC(저가항공) 공용정비고가 오픈 예정이다.

▲ 아시아나 항공기 정비고
하지만 이들 정비고에서는 자사 항공기 위주의 단순한 운항 정비만 이뤄질 뿐이다. 그나마 자체적으로 엔진 정비가 가능한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나머지 대부분의 중정비 서비스는 외국 항공사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는 인천공항에서만 한 해 항공기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 1조3천500억 원가량이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부터 청주국제공항에 MRO산업 육성을 지원해 왔지만 최근 사업 파트너였던 아시아나항공이 투자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기획재정부는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MRO산업을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의 사업성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대한항공이 인천시가 추진 중인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에 2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정부 방침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항공정비 배후단지로 산학융합지구

▲ 내년 4월 오픈을 앞둔 샤프테크닉스케이
시는 이미 자체적으로 MRO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 인천공항 내 현재 운영 중인 MRO 부지(30만2천여㎡) 외에도 제2터미널 서북 측에 114만3천여㎡ 규모의 땅을 항공정비단지 예정 부지로 확보해 놓고 있다. 더욱이 이곳은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외국기업 투자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시는 이곳에 항공기 중정비가 가능한 글로벌 MRO업체를 유치하고, 송도국제도시와 인근 남동인더스파크를 MRO산업 지원을 위한 산학융합지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산학융합지구에는 항공산업 관련 교육기관과 항공기 정비·부품 연구개발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특히 핵심 시설인 ‘ㄱ’자 모양의 크리에이티브 스쿨(C-School·조감도)은 남동인더스파크와 직선거리로 1.9㎞, 인천국제공항과는 차로 20여 분 떨어져 있다.

▲ 항공기 엔진을 정비 중인 정비사들. <사진=대한항공 제공>
이미 이 같은 사업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대한항공, 금호아시아나 등이 참여할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정비사인 GE온윙서포트와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 대한항공 제2기술연구소 등도 접촉 중이다.

시 관계자는 "산학융합지구가 지정되면 인천공항과 연계, 항공부품소재 신성장산업을 육성해 노후된 남동인더스파크의 산업 구조고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유창경 교수(항공우주공학)도 "인천공항이 위치해 있는 인천은 국내 MRO산업의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 항공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5년간 12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산학융합지구는 현재 전국 11곳이 선정됐으며, 이번 2차 공모에 인천을 포함해 대구와 제주·나주·세종 등 5곳이 추가 응모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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