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6일 개최하는 1차 청문회는 ‘재벌 청문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최태원 SK·구본무 LG·신동빈 롯데·김승연 한화·조양호 한진·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재계를 주름잡는 재벌 총수들이 일제히 청문회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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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굴지의 총수들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대표이사.
 이는 28년 전인 1988년 ‘일해(日海) 청문회’를 고스란히 재연해놓은 듯하다. 당시 청문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모금한 것의 강제성과 대가성이 쟁점이었다.

 국회는 전두환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제5공화국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 1988년 말 청문회장에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류찬우 전 풍산금속 회장, 장치혁 전 고려합섬 회장,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이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을 불러세웠다.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재단에 대기업들이 수십억∼수백억원의 돈을 냈다는 점은 박 대통령의 비호 아래 최순실 씨가 세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돈을 낸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판박이다.

 일해 청문회와 차이점을 꼽자면 당시는 1987년 ‘6월 항쟁’에 따른 민주화 이후 전 전 대통령이 물러난 시점에 열린 반면, 이번에는 ‘촛불 시위’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박 대통령의 재임 중에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외에도 회사 합병, 면세점 선정, 사면 청탁 등 ‘정경 유착의 공범’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박 대통령을 상대로 추진되는 국회의 탄핵소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1988년 청문회를 앞두고 "내가 입을 열면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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