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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사)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목민심서(牧民心書)에 정약용 선생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귀장(歸裝)은 가벼워야 한다" 라고 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며 물이 없으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고 물은 높은 데로 흐르는 법이 없으며 반드시 낮은 곳으로만 흘러간다. 또 남들이 싫어하는 구석진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물은 겸손과 겸양의 표본이라며 물을 백성에 비유하고 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유약함과 부드러움을 상징하는 물을 얕잡아보다 화를 당하는 일을 경험했을 것이다. 여름철 홍수로 많은 인명이 희생당하고 산사태 등으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나는 것은 치수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의 방심 속에 물을 얕잡아보고 부드럽고 유약하게 보이는 물의 경고를 외면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재해로 봐야 한다.

 사회가 어수선하다. 경기는 끝없이 추락하고 가계소득은 급격히 줄어들고 실직과 부도위기는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국가를 책임진 권력자나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면 엄중히 문책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정치지도자들과 정당인들은 사분오열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침체에 빠진 경제로 인해 도덕 불감증과 사회일각에서 벌어지는 시위,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뇌물사건 등 부정행위로 줄줄이 구속되는 모습을 매일 TV나 신문을 통해 지켜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이게 뭡니까?"(김동길 박사가 한 말) 정말 이게 뭡니까. 어쩌다 나라꼴이 이 모양이 되도록 내버려뒀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권력자나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나라 그리고 법과 상식과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사회에 살고 싶은 것이다.

 정말 지질히도 대통령 복(福)이 없는 국민들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11명의 대통령들 가운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거나 부하의 흉탄에 시해를 당했거나 형무소를 다녀왔거나 자식들과 형제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이 있는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가 도대체 우리나라 빼고 세계 어느 나라가 또 있단 말인가?

 이제는 부정부패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불거지는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아직도 이 사회가 정당하게 돈을 벌기보다는 권력을 이용해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그 권력에 만족하지 않고 검은 돈을 넘보는 버릇을 못 고치고 있으니 말이다.

 성인들 말씀에 원님이 보리밥을 먹는데 아전이 쌀밥을 먹으면 고을에 억울한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원님과 아전이 한 짝이 돼 쌀밥을 먹기 시작하면 고을 백성은 허기진 배를 맹물로 채운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나무꾼이 도둑질을 하면 밥 한 그릇이지만 원님이 도둑질을 하면 고을을 훔치고 임금이 도둑질을 하면 나라를 통째로 먹는다고 했다. 나무꾼은 배가 고파 도둑질을 했으니 하늘이 용서하지만 원님이나 임금이 도둑질을 하면 하늘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국민들은 가치관의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정치가 불신을 받고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개혁, 경제개혁, 사회개혁을 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정작 앞에 나서서 실행에 옮기는 정치인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국민들 보기를 부드럽고 강한 물처럼 생각한다면 정치와 행정도 순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민 모두가 스스로 물과 같은 존재가 돼 만물을 이롭게 해주고 자신을 내세우거나 잘 낫다고 다투려 하지 말고 순리대로 흐르며 남들이 싫어하는 구석진 곳으로 흘러 들어가야 우리 사회가 신명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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