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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선 교육정책포럼대표
정부는 지난 11월 28일 국정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와 중학교 1, 2학년 역사 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을 인터넷으로 공개했다. 1개월간 여론 수렴을 거쳐 학교 현장의 적용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 10여 년간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논란과 이념논쟁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이번 발표한 검토본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으며, 역사적 사실과 헌법 가치에 충실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계를 포함한 교육행정기관 및 학교현장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좌편향 역사교육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 새 역사교과서’라는 언론의 평가를 비롯해 ‘예상대로 박정희 미화 교과서, 즉각 폐기하라’는 언론 평가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상반된 평가가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와 일부 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가 하면, 국공립과 사립학교 중에도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에 검토본으로 내놓은 국정 교과서의 장점으로 거론된 요지는 다음과 같다. 기존 검정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으로 표현된 것을 ‘대한민국 수립’과 ‘북한 정권 수립’으로 바꾸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하게 서술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임에 유의하도록 ‘편찬기준’에 명시해 미래 세대가 나라와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한 점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행 역사교과서 중 상당수는 대한민국을 친일, 분단, 독재세력이 이끌어온 ‘실패의 역사’처럼 표현하거나 북한의 선전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해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교육하는데 미흡하다고 지적해 왔다.

 반면에 ‘박정희 정부의 과(過)보다 경제성과 공(功)을 과도하게 기술’했다는 비판도 거론되고 있다. 금번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도하는 측에서는 현재 공개된 것이 최종본이 아니고 현장 검토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내용을 평가해 달라고 한 만큼 온당한 지적은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에서 미흡하다고 비판하는 내용들은 이미 검정교과서에서도 자세히 다루지 못했으며, 기존 교과서들과 비교를 해야지 완벽하지 못하다고 국정교과서만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수준 낮은 좌편향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정부의 국정 동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계획대로 국정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어떻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해묵은 논쟁이 아니라 사실(史實)에 근거한 높은 품격과 질을 갖춘 교과서라고 본다. 정부가 진작 지금처럼 ‘교과서 집필기준’을 정교하게 만들고, 이에 따라 집필한 출판사의 교과서 검정을 철저하게 했다면 기존 교과서의 편향성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는 지적은 아쉬운 점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국, 검정을 혼용해 학교에 선택권을 주자는 방안이 타당한지는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여전한 검인정 교과서를 개선하는 대책도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널리 지적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충분한 기간을 통해 획일적인 교과용 도서의 편찬정책을 개방정책으로 전환해 경쟁에 의한 교과서의 질적 개선과 다양화를 추구하는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및 자유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태도를 갖도록 국가관 교육을 강화하고, 국가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필요한 품성과 자질을 기르는 방향의 근간이 훼손돼서는 안된다. 특히 검인정 업무는 일정 주기를 두어 일제히 실시하는 현행 제도에서 탈피해 항시적, 통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검인정 행정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원양성 및 연수, 장학지원 등 교육행정도 수월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교과서가 편찬돼도 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까지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교과서 편찬 행정의 책임부서인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적 호응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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