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동양북스/432쪽/1만7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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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여성 위인은 나오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문제는 가사 노동에서 출발한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도와줄 사람, 즉 ‘아내’가 집안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내 가뭄(The Wife Drought)」은 책 제목처럼 ‘아내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정치부 기자 출신인 호주의 정치평론가 애너벨 크랩(Annabel Crabb)이 쓴 페미니즘(Feminism) 보고서이다.

 곳곳에서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서 아내란 여자일 수도 남자일 수도 있다는 표현도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사 노동에 있어서 성 평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저자가 이 책의 집필을 시작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마디로 열 받아서다. 2013년 9월부터 2년간 집권한 호주 28대 총리 토니 애벗(Tony Abbott) 때문이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그가 집권에 성공한 이후 내각에 여성을 단 한 명만 임명하자 집필에 나섰다고 한다.

 저자가 착수한 연구는 바로 ‘아내의 유무와 사회적 성공의 상관관계’였고, 이 책은 그 수많은 통계와 자료 분석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수십 년간 여성운동이 전개돼 여성의 사회 진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가사 노동에 대한 불평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첫머리를 장식한다.

 아내가 하루 3시간 반 가사 노동을 할 때 남편은 3시간 가사 노동을 한다는 노르웨이와 같은 선진국도 있지만 OECD 국가 평균을 보면 불평등이 그대로다. 남편은 2시간 21분, 아내는 4시간 33분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한국 사례는 더욱 심각하다. 2015년 대한민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편 40분, 아내 3시간 14분으로 자그마치 다섯 배 차이가 있다.

 이 대목에서 이 책의 제목이 왜 ‘아내 가뭄’인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가사 노동 문제’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단순한 ‘부부 문제’로 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에는 일하는 여성의 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해 사회운동이 전개됐다면, 앞으로는 가사 노동의 세계에 진입하는 남성의 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 등 보완 제도가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내가 되기로 한 남자, 즉 집안일을 하는 남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제도적 장치로서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를 당연히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성에게 가사 노동을 권하지 않는 사회’라는 지적이다.

 133쪽의 설명이다. 『아빠들이 왜 육아휴직은 안 쓰냐고요? (자명하지 않나요?)대부분의 조직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육아와 가사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시도하는 남성들이 직장에서는 사회적 패자, 왕따 취급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해 문제라는 설명이다.

 ‘가사 노동 불변의 법칙’이란 용어도 나온다. 여성은 생계 부양 능력이 커져도 가사 노동 시간은 여전히 더 늘어나고, 남성은 생계 부양 능력이 없어도 오히려 가사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이란다.

 힘든 직업세계로 뛰어들어 가사 노동까지 하고 있는 슈퍼우먼을 위해 저자는 남성(남편)들에게 이렇게 주장한다. "남성들이여, 가사 노동에 참여하는 사회 변화의 선봉장에 서라!"

남자란 무엇인가  
안경환/홍익출판사/304쪽/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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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함부로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고? 남자들이여 변하라, 권위와 허세를 버리고 불완전하고 나약한 본성을 인정하라. 이게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남성다움이다."

교양심리학 저서처럼 보이지만 이 책의 저자 안경환은 법조인이다.

서울대 법과대학 학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그는 군복무가산점 제도 등 사회적 쟁점들을 설명하며 21세기 남자가 갖춰야 할 ‘남성다움’을 제시한다.

우선 저자는 남자의 본성을 영웅적인 삶을 추구하고 권력욕이 대단하지만, 공감과 소통능력이 부족하며 성욕에 집착하는 특징에서 찾는다. 하지만 진정한 남성다움은 가족과 주변 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자기희생에 있다며 개인적 가치와 권력을 추구하는 남성들에게 변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갯벌문학 2016년 통권27호
갯벌문학회/진원/311쪽/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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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문학회 창립회장인 유정 장현기 작가의 22번째 시집 「해질녘이면 옷깃을 여미고」의 출간을 기념해 ‘목어’ 등 세 편의 시를 실었다.

기획특집으로 ‘서해안 어촌마을 덕적도 탐방기’와 2016년도 갯벌작가상을 받은 양재열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도 달았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강동문학과 갯벌문학의 교류전으로 서울시 강동문인협회 소속 남민옥·남지연·강용숙 작가의 시와 갯벌문학회 소속 유영애·최재효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다.

또 강순덕·강윤성·윤무숙 등 갯벌문학회 22명 작가의 시향연과 함께 한기홍 현 회장이 ‘사색의 창가에서’라는 제목의 연재 에세이 칼럼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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