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명장으로 꼽히는 삼국시대 유일한 황제였으나 그의 후계자 유선은 대표적인 암군(暗君)으로 나라를 망친 인물이었다. 유선은 황제 시절 측근 내시에게 휘둘려 국정을 돌보기는커녕 내시 황호와 사치 향락을 즐기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다. 마침내 나라는 망했고 포로 신세가 돼 낙양으로 끌려왔다. 이때 사마의의 아들 사마소가 꾸짖기를 "너는 황음무도해 어진 인물들을 멀리하고 간신배와 놀아났으니 죽어 마땅하다"고 했다. 주위에서 말려 죽음을 면하게 됐으나 조금도 반성하는 기미가 없었다.

얼마 후에 사마소가 술자리를 만들고 유선이 얼큰히 취했을 때 "고국산천이 그립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때 유선의 대답이 "이렇듯 즐거우니 촉이 그립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마소가 이를 듣고 "저런 무능하고 한심한 자가 나라를 다스렸으니 비록 제갈공명이 살아 있었을지라도 나라를 보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혀를 끌끌 찼다. 천하의 기재가 있을지라도 멀리 하고 소인배와 놀아난 지도자, 그 종말은 자신도 망치고 나라도 망쳤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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