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가치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민선6기 유정복 시장이 취임한 2014년부터다. 인천 가치재창조는 인천의 뿌리를 다시 찾는 일부터 역사·문화·예술·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직까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인천만의 가치를 발굴해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세계 국민들에게 알리고 지역민에게는 인천의 자부심과 애향심을 높이고자 하는 사업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각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글로컬(Glocal)’ 역시 인천 가치재창조와 다르지 않다.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뜻한다. 이번 글로컬 브랜드 기획은 로컬리티(Locality)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외 도시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안을 알아보고자 마련됐다. <편집자 주>

# 인천의 가치재창조가 곧 글로컬 브랜드

▲ 대청도를 찾아 섬 프로젝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 유정복 인천시장
유정복 시장은 지난해 세 가지 역점 시책 중 하나로 ‘인천의 가치재창조’를 강조했다. ‘인천 가치재창조’를 통해 인천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민의 자긍심 및 정체성을 확립해 ‘인천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다양한 가치재창조 사업을 추진했다. 첫 번째 실행 과제로 추진된 ‘인천 인물 관리’는 문화와 체육, 예술, 학술, 정치,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인천과 관련된 인물을 찾는 사업으로, 인천 인물을 발굴해 지역의 소속감을 갖게 하고 주요 시정 방향 등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인천의 가치와 잠재력 극대화 전략’을 주제로 문화, 역사, 자연환경 등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지역 특성을 인천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기 위한 가치재창조 토론회도 진행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인천에서 진행됐던 유네스코 지정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통한 인문학적 가치재창조, ‘한국 최초, 인천 최고 100선’ 등 인천 고유의 역사문화유산 특성화를 위한 문화적 가치재창조 등을 추진했다. 수십 년 만에 인천시민에게 개방된 문학산 정상부와 강화 관방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이 역사문화유산 특성화의 가치재창조 일환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 시장은 지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인천 백령도와 덕적도, 볼음도 등 강화군과 옹진군 일원 14개의 섬 지역을 돌아보면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구상했다. 인천 섬을 ‘보물섬’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관광객뿐만 아니라 유커 유치 등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 인천시민 290여 명이 참석한 ‘애인토론회
‘애인(愛仁) 토론회’ 역시 인천 가치재창조의 일환으로 추진된 소통 방안 중 하나였다. 시는 홈페이지와 전화·팩스 등을 통해 신청한 직능·사회단체 관계자, 학생, 문화·관광 관련 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을 초청해 25개 원탁에서 진행하는 ‘원탁토론회’ 형식으로 인천의 가치재창조를 위한 대화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시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인천 가치재창조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인천의 가치를 만들어 가자는 목표다.

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추진된 다양한 가치재창조 사업을 통해 2017년에는 그동안 발굴된 지역의 소중한 가치를 결집·보완해 범시민적 참여 확대와 지속가능한 가치재창조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의 숨겨진 역사·문화·관광자원의 재발견을 통한 도시브랜드 가치 및 시민 삶의 질 향상 등 인천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세부 계획으로 가치재창조 선도사업 공모, 시민 토론회, 인천 인물 발굴 등 시민 중심의 다양한 인천 가치재창조 사업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 지금은 글로컬 시대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Glocal)’은 통상적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가치재창조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한 단어다.

현재 지구촌은 산업뿐만 아니라 예술, 의료, 문화,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때문에 지역의 고유한 특성이 나아가 세계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이훈 한양대 관광연구소 소장.
지역만이 지닌 역사적 가치나 특성을 살리고 담아내는 활동은 곧 세계 속에 지역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루게 된다. 예전 국가 중심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지금은 도시가 국가 경쟁력의 중심이 됐다는 것이다. 뉴욕을 비롯해 도쿄나 홍콩, 암스테르담 등은 각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반영한 브랜드 슬로건으로 지역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지역다움’을 토대로 한 도시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형태다.

# 지역 관광이 미래 먹거리다

글로컬 브랜드를 통한 지역의 성장 동력, 즉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밀접한 분야가 바로 관광이다. 11억2천만 명. 여행을 다니는 세계인 수다. 아직까지 세계 관광객(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은 유럽(52%)이다. 나라들 간 이동이 자유로워 여러 나라를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아시아·태평양을 꼽는다. 한양대 관광연구소에서 발표한 ‘2016년도 대륙별 관광산업 예상성장률’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광객 수는 매년 4%씩 증가하고 있다. 올해 아시아 지역의 관광산업 예상 성장률은 6.1%에 달했다. 전 세계 평균 4.3%, 유럽 2.8%, 남아메리카 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관광객의 주요 방문지는 서울(78.7%)과 제주(18%)에 집중돼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47.3%)과 일본(15.6%) 등 주요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선택하는 이유가 쇼핑(72.3%, 한국관광공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해외 관광객들이 서울과 제주에서만 머물다 가는 것이 아닌, 보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에 체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관광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관광상품 육성사업’도 이 같은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책이다. 정부는 해외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방한 관광의 이미지 개선과 재방문율을 늘리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자체 관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올해의 경우 현대 콘텐츠를 활용한 5개 지역과 전통 콘텐츠를 내세운 5개 지역 등 총 10개 지역이 정부의 글로컬 관광상품으로 선정돼 운영되고 있다.

▲ 인천시 ‘인천인물 대학총장 및 인천발전연구원장 간담회’
부산시의 경우 ‘아름다움과 건강을 찾아 떠나는 부산 SMS 메디·뷰티 힐링 여행’을 주제로 광안리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해안 도보 코스 등을 이용해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고, 대구시는 ‘진짜 즐기는, 진짜 대구 여행’ 콘텐츠로 근대 골목과 서문시장, 동성로, 갓바위, 대구국제공항 등을 이용해 글로컬 관광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연구소장은 "지금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지역을 방문하는가보다 얼마나 머무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서울만 찾는 것이 아닌 다른 지역과 연계해야 체류기간도 늘고, 보다 많이 소비하는 관광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글로컬 관광사업은 국제공항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이 찾는 거점을 주변 대도시와 연계한 지방 관광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의 틀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관광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발 단계 ▶관광매력 개발 단계 ▶관광매력 관리 단계 ▶관광예술 단계 등으로 나눠 추진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훈 소장은 "가장 먼저 주차나 접근성, 숙박 등에서 관광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불편함을 해소해야 하고, 관광정보 및 표지판 등 안내시스템 확충을 통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후 지역의 특성을 살린 관광자원을 개발해 스토리를 입히는 매력 찾기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력을 발굴했다면 이를 경영하고 디테일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가로등이나 화장실, 맨홀 등에 인프라의 콘셉트를 반영하는 등 지역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편리함과 조화시키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관광자원이 예술과 결합되는 문화예술 결합단계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훈 소장은 "여수의 ‘버스킹 공연’이나 런던의 ‘버스킹 거리공연’ 등은 지역의 특성과 예술을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며 "도시의 매력을 예술축제와 대중적 예술축제를 이용해 극대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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