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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
추운 겨울만 되면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치질 환자다. 치질은 치핵·치루·치열 등의 항문 질환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흔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치질은 ‘치핵’을 의미한다. 치핵이란 항문을 형성하는 점막 아래에 있는 정맥혈관이 늘어져 이 안에 피가 뭉쳐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통 항문 밖의 조직이 부풀어 오르는 ‘외치핵’과 항문이나 직장 내 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내치핵’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치핵은 가려움증과 통증, 불편감, 배변 긴박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정도에 따라 심할 경우 항문 출혈과 탈항(직장탈출증)이 나타난다. 감염이 일어날 경우 항문 농양이나 패혈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과적 수술 방법인 ‘치질 수술’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5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치핵 수술 환자 수는 19만3천64명으로 백내장(34만6천184명)에 이어 5년째 2위를 고수하고 있다.

 치핵 수술은 크게 ‘치핵 절제술’과 ‘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질 수술’로 구분된다. 치핵 절제술은 보통 3도 이상의 환자나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출혈성 내치핵 또는 환부가 크고 통증이 심한 외치핵일 경우 시행한다. 수술 후 4~6주는 배변 후마다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진통제와 규칙적인 좌욕이 필요하며,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데 평균 2~3주의 기간이 소요된다.

 반면 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질 수술은 늘어진 항문 점막 및 치핵 조직을 끌어올려 치핵을 원래의 해부학적 위치로 되돌려주고, 내치핵의 혈류를 줄여 주는 수술 방법이다. 전통적인 치핵 절제술에 비해 상처와 통증이 적으며, 수술 시간이 짧고 회복기간(약 7일)도 빨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치료 방법이다. 보통 2~4도 치핵으로 진단을 받았을 경우 시행하지만 외치핵이 너무 심하거나 항문이 좁은 경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한편, 보존적 치료 방법에는 치핵의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온수 좌욕’이 있다. 온수 좌욕은 통증의 주원인인 항문 괄약근을 이완시켜 통증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초기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만약 2도의 내치핵으로 악화됐을 경우에는 늘어진 치핵의 뿌리 쪽 덩어리를 피가 통하지 않도록 밴드로 고정해 조직이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고무밴드 결찰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이 방법은 외치핵일 경우 통증이 심해 사용할 수 없다.

 치질은 민감한 부위의 질환이며 이에 따른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도 숨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햇볕을 많이 쐬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처럼 좋지 않은 배변 습관을 가지면 자연스레 발생하는 항문 질환이다. 만약 치질을 앓고 있다면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전문의를 찾아 초기에 진료를 받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박민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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