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구설수에 많이 올랐던 단어 중 하나가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최순실 일가가 평창 올림픽 관련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재원을 마련하기에도 벅차다. 나아가 사후 관리 방안까지 철저하게 계획해야 하는 강원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각종 경기장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인천시로서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 더해진다.

 강원도는 관광산업이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한다. 타 시도에 비해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서다. 많은 관광객들은 강원도에서 자연을 감상하지만 쇼핑은 수도권에서 즐긴다. 실질적인 관광객 소비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강원도는 2018 평창 올림픽을 통한 관광상품과 지역이 가진 다양한 자연환경을 문화예술과 접목시킨 ‘글로컬 관광상품’을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정부의 ‘글로컬 관광상품 선정’ 공모에서 ‘평창 올림픽 관광상품’과 ‘강릉, 신사임당, 허난설헌’ 콘텐츠가 각각 현대와 전통 콘텐츠 분야에 선정돼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 정선, 아리랑과 5일장을 연계한 문화관광 복합 상품 개발

▲ 정선 5일장
정선군은 지역 고유의 문화 자산을 글로컬 브랜드로 만든 강원도의 대표적인 도시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정선아리랑’과 개장 50주년을 맞은 정선 5일장 등이 대표적인 글로컬 브랜드다.

정선군은 지난 5월 국내 최초의 아리랑 전문 공연장과 박물관을 갖춘 ‘아리랑센터’를 개관했다. 1만62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지어진 센터는 600여 석의 관람석을 갖춘 아리랑홀과 아리랑 박물관,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에는 아리랑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보여 주는 60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인프라를 갖춘 정선군은 아리랑의 연대기를 한 판으로 엮어 만든 다큐 연희 창극 ‘판 아리랑’을 만든다. ‘판 아리랑’은 정선 5일장인 2일과 7일에 맞춰 아리랑센터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아리랑센터는 인근 아라리촌과 함께 아리랑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인근의 학생 및 교사들에게 교육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정선 5일장은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특화 전통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장날에는 지역에서 자란 각종 산나물과 약초, 농산물 등이 좌판에 깔리고, 곤드레나물밥이나 감자송편 등 토속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평일에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시장 입구에 설치된 특설 무대에는 구수한 공연도 마련돼 있다.

정인숙 정선군 문화관광가이드는 "사람들에게 잊혀질 뻔했던 아리랑을 한 공무원이 꾸준히 문화콘텐츠로 지속시켰고, 지금은 지역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며 "정선 5일장에 화약동굴, 아우라지(레일바이크)를 연결하는 시티투어나 아라리촌, 아리랑박물관, 판 아리랑을 둘러보는 문화관광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라고 말했다.

정선군은 지난 10월 1일 올해 41회를 맞는 정선 아리랑제 개막식에서 ‘정선아리랑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열고 정선아리랑을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태백, 애물단지 폐광이 한류 드라마 촬영지로

▲ 태백 ‘태양의 후예’ 촬영지
태백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극찬해 마지않았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가 있다. 애물단지로 남아 있던 산골 폐광지가 주말 1천500여 명이 찾는 한류 드라마 촬영지로 변신했다.

태백시는 ‘태양의 후예’ 촬영지였던 통도산 옛 한보광업소 1만7천㎡ 부지에 2억7천만 원을 들여 세트장을 복원하고 지난 8월 개장했다. 세트장에는 우루크의 태백부대 건물과 메디큐브 막사, 와인키스 세트장 등이 드라마 속 장면과 똑같이 재현돼 있다. 특히 지진으로 무너진 우르크 발전소는 무너진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관광객들이 드라마 주인공이 서 있었던 자리에서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군 막사 내부에는 육군본부의 지원을 받아 유시진 대위(송준기 분)가 입었던 전투복도 입어 볼 수 있도록 했다.

개장 이후 월 2만 명가량의 관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주중 300~400명, 주말 1천600~1천700명, 연휴에는 하루 평균 3천 명이 찾는다고 태백시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9월에는 중국의 한 여행사에서 팸투어를 하고 갔는데 두 달 뒤 1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이나 타이완, 말레이시아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트장 한쪽에 마련된 매점은 지역주민들이 운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주말 주차 혼잡을 정리하는 안내요원들 역시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노영환 태백시 관광문화과장은 "태양의 후예 세트장이 생기면서 지역 관광객 방문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향후 세트장을 중심으로 슬로푸드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는 통리 관광자원화 단지 조성에도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탄광과 문화예술의 결합, 삼탄 아트마인

▲ 삼탄 아트마인
탄광을 이용한 강원도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는 정선군의 삼탄 아트마인(SAMTAN ART MINE)이다. 삼탄 아트마인은 삼척 탄좌의 줄임말 ‘삼탄’과 ‘예술(ART)·광산(MINE)’의 합성어다. ‘문화예술을 캐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곳은 영국 소더비 아프리카 미술 구매 담당 컬렉터였던 고(故) 김민석 씨가 130억 원의 자비를 들여 설립한 곳이다. 김 씨가 직접 전 세계 135개국을 여행하며 수집한 유물 12만 점이 전시돼 있다. 건물 2층은 수장고 등 전시관으로, 3층은 현대미술관으로 꾸며져 있다. 4층에는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하는 레지던시 룸이 마련돼 있다.

삼탄 아트마인은 탄광 기계를 제작·수리하던 공장동 건물을 리모델링해 레스토랑으로 꾸몄고, 갱도로 이어진 통로에는 당시 광부들을 태웠던 인차와 석탄차 등이 레일 위에 그대로 보전돼 있다.

또한 레지던시 룸은 태양의 후예 주연인 송중기 씨가 잠을 잤던 곳이며, 광부 샤워장은 송혜교 씨가 드라마 속에서 고문받던 장면을 촬영한 세트장이기도 하다.

삼탄 아트마인은 2013년 개관과 동시에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관광지 100선에 뽑혔다. 입장료는 1만3천 원이다.

# 강릉, 지역 대표 유적지를 관광 자원으로

▲ 아리랑 박물관.
강릉은 예로부터 많은 문인이 배출됐다. 그 중 오죽헌은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삶을 알아볼 수 있는 강릉의 대표 관광지이자 유적지다. 오죽헌은 조선 초기 건축물로 중요성을 인정받아 1963년 보물 제165호로 지정됐다. 오죽헌은 사랑채와 어제각, 율곡기념관, 강릉시립박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관광객들은 조선 초기의 역사와 건축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이미 널리 알려진 ‘오죽(烏竹)’은 볼수록 빠져드는 모양새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죽헌 주변에는 허난설헌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가 있다. ‘채련곡’이나 ‘규원가’ 등 허난설헌의 작품과 그 일대기를 기록한 기념관도 마련돼 있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내에 위치한 초희 전통차 체험관은 관광객들이 직접 다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강원도, 평창 올림픽 활용 고심

강원도가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이 평창 올림픽이다. 사전 준비도 준비거니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만든 각종 시설물을 적자를 내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평창 올림픽 스키점프대.<공동사진취재단>
특히 평창은 설상 11개 종목 중 8개가 열리는 주 무대다. 설상 경기장의 마무리 공사에 이어 IOC 인증과 내년 테스트이벤트를 남겨 두고 있다. 현재는 알펜시아 리조트와 스키점프대 등 주요 시설물을 사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알펜시아의 경우 당초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될 위기였으나 최근 들어 중고생들의 수학여행 숙박지로 사용되고 있으며 스키점프대와 설상 종목 경기장, 스키 활강대 로프웨이 체험 등은 동계 올림픽의 인프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여지고 있다.

평창군은 해발 700m에 위치한 산악지대의 이점을 살려 힐링 코스를 비롯한 특화 체험을 구상하고 있다.

최일홍 강원도개발공사 과장은 "알펜시아 스키장은 겨울엔 눈 스포츠 경기장으로, 나머지 계절엔 골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올림픽 준비와 함께 경기장 활용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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