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고로 사망한 고 전재규 대원의 사후처리 문제에 대해 정부가 현행 규정을 내세워 `안된다'와 `어렵다'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어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12일 유족들에게 고 전재규 대원의 국립현충원 안장은 현행 규정상 어렵다고 통보한 데 이어 14일에는 고 전재규 대원을 의로운 일을 하다 숨진 의사자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밝히자 현행법과 규정만 따지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 일을 하다가 남극에서 숨진 젊은 연구원이 국립현충원에도 묻히지 못하고 의사자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현행법과 규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고 하겠다.
 
보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11일 그가 의사자로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로 문의했으나 복지부는 `의사상자 심사위원회' 소속위원들의 자문을 토대로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상 그를 의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실무의견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고 전 대원이 동료를 구조하기 위해 구조선을 타고 나갔다가 전복사고를 당한 게 그의 `직무외 행위'에 해당하느냐 여부였다고 한다. 의사상자 예우법 제2조는 의사자를 `직무외의 행위로서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의 급박한 위해를 구제하다가 사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상자심사위는 `고인이 해양연구원 직원으로서 연구업무를 하다가 동료직원의 해난사고가 발생하자 조직 내부의 지휘체계에 따라 구조단원으로 나선 것은 업무이행이자 직무수행의 한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그의 구조행위는 넓은 의미에서 그의 업무이지 규정이 요구하는 `직무외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국무조정실은 유족이 보상받는 고인의 산재보험과 한국해양연구원의 특별위로금에다 의사자 보상금을 보태주려고 그를 의사자로 인정해보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정부는 유족들이 그렇게 갈망했던 고인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거절했다. 국무총리실은 `국립묘지령'은 국가, 사회에 공로가 현저한 사망자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검토 끝에 전 대원의 경우는 여기 해당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었다. 결국 정부는 국익을 위해 남극에 갔고 그 곳에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찬 바닷물에 몸을 던진 젊은 과학도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거부한 뒤 반발을 의식해 의사자로서 보상금을 타게 해주려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국익을 위해 일하는 연구원들이 국가와 사회에 공을 세운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국가와 사회에 공을 세운 사람인지 그 대상이 궁금하기만 하다. 어제 노 대통령과 4당 대표 간담회에서 즉각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니 정부결정을 기다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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