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을 두른 민중봉기가 일어났을 때 진압 총사령관이 된 하진은 군사작전에는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예쁜 누이동생이 황후가 됐기 때문에 대장군 지위에 오른 것뿐이었다.

 이런 하진이 십상시(10여 명의 내시)들을 죽이려고 동탁을 불러들이는 결정적 잘못으로 후한은 망하고 삼국시대가 펼쳐진다.

동탁은 낙양으로 올라가기 전에 표문을 올렸는데 그 내용에 ‘끓는 물을 식히려면 솥 밑의 장작부터 빼내야 한다’는 「36계 병법」의 19번째 계책인 부저추신(釜底抽薪)을 써 먹었다.

희대의 독재자가 십상시를 제거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지름길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번드레한 구호나 주장 속에 사악한 탐욕이나 무능한 자의 거짓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원래 정치적 구호가 현란한 경우 거짓일 수 있다는 개연성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이 난세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혜였다. 무능한 하진, 간신배 십상시, 포악한 독재자 동탁이 얽힌 ‘환관 대학살’의 비극은 다른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시대를 향한 출발점이기도 했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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