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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복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
몇 년 전, 강원도 원주 고니골로 오디의 기능성과 이용기술에 대해 현장교육을 갔을 때 또 다른 강사 분께서 ‘오디는 찬 성질을 지니고 있고, 뽕잎은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며 식재료 사이에도 궁합이 맞아야 음식개발에 실패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데에는 오디만한 것이 없고, 한겨울 얼어버린 몸을 녹이고 마음까지 데우는 데엔 따뜻한 뽕잎차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문가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오디에 묻혀 산 세월 동안 먹어보고 느낀 경험으로 내린 결론이다. 최근 농가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오디가공기술이 개발됐다. 무가당 잼부터 오디 추출물을 넣어 만드는 수제맥주, 냉동실이 아닌 실온에서 보관은 기본이요 쫄깃한 식감까지 살린 반건조 오디, 시원한 맛과 진한 빨간색에 한 번 더 빠져 드는 탄산음료까지 제법 기대가 된다.

 반면 뽕잎은 영화, 마약범죄, 방귀소리 등이 연상되는 어감 때문인지 특유의 풋내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천에 널려 있어 귀한 대접을 못 받은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주춤한 상태이다. 1990년대 이후 항당뇨, 콜레스테롤 억제 등 수년간 뽕잎의 다양한 기능성이 연구되면서 잠깐 일반인의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다. 어쩌다 지역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SNS를 통해 뽕잎의 좋은 점을 알게 되더라도 막상 구입하려고 하면 ‘어디에서 살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며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몇 번의 인터넷 검색과 정보를 읽어보고 나서야 비로소 구매하게 된다. 뽕잎은 누에가 고치를 짓고 실크를 뽑아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양원이지만 동시에 비만, 당뇨, 고혈압, 변비 등 성인병을 걱정하는 현대인에게는 훌륭한 식품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뽕잎을 말려 만든 환이나 가루라면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또다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효능을 가진 식품재료라 할지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맛있는 식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란 일기예보가 아니더라도 옷깃을 스며드는 찬바람에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기왕이면 따뜻한 성질을 지녀 겨울에 더 좋은 뽕잎차를 권해드리고 싶다. 5월 연초록의 뽕밭을 헤매고 다니며 뽕잎을 따고, 씻고, 덖고, 말리는 부지런함이 아니라도 잠깐의 IT를 빌려 영농조합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티백으로 된 뽕잎차를 구해보자.

 뽕잎차는 항산화능이 우수할 뿐 아니라 마시는 물 속의 중금속 제거 효과가 탁월하다. 실생활에서 일반인에게 널리 음용되고 있는 다류와 뽕잎차의 항산화능을 비교한 결과, 커피의 항산화능(2,531.01 nmol)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현미녹차(1,867.42 nmol)였다. 뽕잎을 음건해 제조한 뽕잎차의 항산화능은 1053.72 nmol인 반면 둥글레차와 레몬홍차의 경우 각각 292.71 nmol, 188.91 nmol로 항산화능이 낮았다. 또한 뽕잎에 500배의 물을 넣고 끓여 음용 수준으로 희석한 뽕잎물의 항산화능을 분석한 결과 891.96 nmol의 항산화능이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뽕잎을 음용수로 이용한다면 항산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혐기처리뽕잎차, 일반뽕잎차, 녹차, 보리차 및 옥수수차 5종의 차를 첨가해 차 종류별 카드뮴과 납 제거 효과를 살펴본 결과에서, 카드뮴의 음용수 허용 기준치인 0.01ppm 및 그 10배인 0.1ppm에서는 차 종류별 흡착량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카드뮴 1ppm에서는 녹차에 비해 카드뮴 제거효과가 혐기처리뽕잎차는 27%, 일반뽕잎차는 14% 높았다. 납의 경우 혐기처리뽕잎차가 마시는 물 속의 납 제거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차를 처음부터 넣고 끓이는 방법이 끓인 후 넣는 방법보다 중금속 제거 효과가 높았다. 알고 마시면 더 좋은 뽕잎차! 건강을 지킴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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