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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누구나 쓸 수 있죠. 책도 누구나 낼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까요. 하지만 좋은 글이란 시간이 지나서도 남은 글이에요. 이게 글을 쓰기가 어려운 이유죠."

일흔 살 종심(從心)을 넘어서도 30대부터 한결같이 써 온 동시·동화작가로 남고 싶다는 김구연(74)시인의 말이다.

11월 동시집 「그 바다 그 햇빛」을 펴낸 그가 출판기념회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6일 인천 동화마을의 한 카페로 달려갔다.

순정파 시인 김구연 작가가 낡은 담벼락에 알록달록한 동화 그림이 가득한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지역에서 별로 없다. 평소 자랑하고 내세우기를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젊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 들어 보니 평생토록 자진해서 기꺼이 해 온 일, 글쓰기와 등산도 이제 쉽지 않아. 이번에 나온 책은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그동안 모아 놨던 글을 정리한 거고, 이제 다른 욕심은 별로 없어. 집필을 시작한 장편 동화소설을 완결시켜 보는 게 꿈이라면 꿈이지."

창작 동시집과 동화집을 합치면 1974년 「꽃불」부터 올해 출간한 책까지 무려 33권에 달할 정도로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고 있는 김 작가의 소원이란다.

그는 1971년 동화 「꼴망태」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동시인이자 동화작가로 성장했다. 그의 시 ‘빈 나뭇가지에’가 2001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서울 출생인 김 작가는 1966년 결혼을 하며 구한 직장 대한제분에서 일하기 위해 인천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줄곧 지역에서 살아오며 한국문인협회 인천시회장도 역임했던 그는 아직도 지역사회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9년 북한산에 올랐다가 하산 중에 다친 이후로 활동을 줄이곤 있지만 찾아오는 후배들을 마다하지는 않고 있어. 아벨서점 등 인천 배다리 골목에 있는 헌책방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시 낭송회에도 나가고 최근에 후배들을 추천한 적도 있지.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글 쓰며 남들이 보는 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 한두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신중함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자세라고 보니까."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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