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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도센터 교수
곧 2016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이맘때쯤이면 송년 모임 등 술자리가 많아지는데, 잦은 음주를 즐기다간 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B형·C형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음주 자리를 피해야 한다. 간이 지나친 음주로 혹사를 당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성 지방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급성 알코올성 간부전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간암 발병률의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간염, 간암을 부추긴다

간암은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암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간암 발생률은 남자의 경우 위암·대장암·폐암 다음으로 4위다. 여자에서는 갑상선암·유방암·대장암·위암·폐암 다음으로 6위를 차지하고 있다(2013년 국가암정보센터). 그러나 간암 사망률은 발생률에 비해 현저히 높아 폐암 다음으로 2위(2014년 국가암정보센터)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간암 발생에는 대부분 원인이 있다. 그 시작은 간염이다. 간염이란 간세포나 간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대개 B형·C형 간염 바이러스나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에 의한 것이 90%를 넘는다. 그 밖에 비만, 자가면역 등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014년 대한간암학회).

간염은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며, 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간염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은 대부분 만성간염을 유발한다. 만성간염으로 장기간에 걸쳐 간세포가 파괴되고 재생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간경변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 같은 간 손상이 지속되면 간암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간염에 걸린 기간이 길수록 간암의 발생 위험도 점점 올라간다. 이 때문에 만성간염의 경우 진단과 동시에 꾸준히 진료받고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지방간염 역시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만성간염 상태로 B형·C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지속 시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 의해 처음에는 암이 아니었지만 만성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서 간암이 발생하게 된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과 같은 만성바이러스성 간염의 경우 간경변증 등의 과정 없이 바로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가 간세포 안에서 일종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면서 암세포를 만들기 때문인데, 따라서 만성바이러스성 간염 환자의 경우에는 꼭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혈액검사뿐만 아니라 간 초음파 검사와 같은 영상검사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국가에서도 만 40세 이상 만성 B형 간염환자의 경우 1년에 2번씩 간초음파 검사와 간암 표지자 검사를 국가검진으로 시행해 주고 있을 만큼 B형 간염 환자에서의 간암 위험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 예방백신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

간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간염 항체가 있는지 혹은 자신이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염은 간암으로 가는 도화선이 되기 때문이다. 간염 항체 검사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만큼 미리 검진을 통해 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혈액검사 결과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하면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C형 간염은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지 말고 문신이나 피어싱 등을 가급적이면 피해 감염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좋다.

만약 검진 결과 보균자로 진단받았다면 6개월마다 간초음파 검사 등 정기검진을 받으면 된다. 특히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는 아기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감염시킬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출산 전 B형 간염 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투여받아야 한다.

B형 간염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꾸준히 치료받고 평생 잘 관리하면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다. 또한 C형 간염의 경우에는 최근 바이러스를 제균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돼 완치라는 큰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도센터 권정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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