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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허가 건축물 철거를 둘러싸고 상점주와 구청 직원 간 마찰을 빚고 있는 인천 중구 연안부두 ‘풍물의 거리’.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인천 중구가 항동 연안부두 ‘풍물의 거리’ 내 무허가 건축물 철거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구는 이 일대를 정비·철거할 계획이지만 상인들은 대체부지 마련 등 생존권 보장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중구에 따르면 내년까지 항동 7가 86의 1번지 도로 450m에 이르는 ‘풍물의 거리’ 내 무허가 건축물들을 철거할 계획이다. 철거 대상에는 식당과 수족관 등 40여 채가 포함됐다.

이곳은 구가 1990년 9월 연안부두 일대 불법 노점상을 양성화하기 위해 8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 공간이었다. 당시 구는 상인들에게 허가된 공간 내에서만 영업을 하도록 했지만 상인들이 공간을 임의적으로 배분, 사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주변 미관을 해치고 도로 점용 등으로 각종 민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는 수년 전부터 해당 건축물에 계도장 등을 보내 상인들에게 정비·철거 계획을 알리고 대체부지·이주대책 등 생존권 보장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구는 현재까지 대체부지가 없다고 판단, 정비사업은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상가 주민들도 이곳에서 영업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구가 먼저 조성한 지역을 관리하지 않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자 그 책임을 상인들에게만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약자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하려는 구와 상인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구 공무원과 철거용역업체 관계자 등이 철거 작업을 벌이자 상인들이 분신을 시도하는 등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상인 A(37)씨는 "어머니 때부터 28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며 "그동안 구가 부실하게 관리해 놓고 이제 와서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아무 대책도 없이 철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하지만 구가 대체부지 등을 제시하면 보증금과 건물을 지어서라도 구의 입장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전문가에게 법률자문 등을 받은 결과 이곳 정비·철거는 문제가 없고, 무허가 건축물 영업에 대한 재산권 등에 보상의무도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며 "상인들이 점유한 도로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많이 접수돼 정비사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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