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 속말  
김락기/넥센미디어/160쪽/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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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조계에서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한국시조문학진흥회의 제4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산강(山堈) 김락기(金洛琦)시조시인이 최근 펴낸 시조집이다.

온천과 벚꽃의 고장인 충주 수안보를 제3의 고향으로 여기고 정착해 2013~2016년 4년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은 ‘충주 수안보 예찬 시조’ 79편을 실었다.

그가 계명산·탄금대 등 충주 14경을 바라보며 지은 시조와 향토 사진작가 이광주가 촬영한 컬러 사진들이 책의 1부에서 소개되고 있다. 충주 수안보의 사계절을 주제로 지은 시조들은 2∼5부에서 나온다.

대표작 ‘수안보 속말’을 소개해 본다.

『하늘에서 내리어 핀 한 송이 연꽃이여/ 속 뜨거운 사랑으로 그리 고이 피어설랑/ 앓다가 맺힌 자국도 녹이고야 마는가/ 땅 속에서 끓다 못해 터져버린 생명수여/ 색깔도 맛도 없고 내음조차 없을 만큼/ 한사코 익어설랑은 다 주고야 마는가/ 인생살이 울녘에서 절로 타는 거문고여/ 소리 없는 울림으로 하세월을 보듬은 채/ 아무도 모르게설랑 여태 타고 있는가』

또 다른 작품 ‘탄금대 우는 소리’도 감상해 보자.

『시방도 울리누나 열두 줄 타는 소리/ 합수머리 여울소리 열두대를 감돌면서/ 순국의 피어린 절규 온 산야를 적시네/ 열두 줄 타는 소리 저 우륵이 뜯던 손에/ 흥에 겨워 나는 붓질 글발까지 피더니만/ 예술이 넘치다 못해 꽃천지가 되었네/ 저 우륵이 뜯던 손에 소리 없이 우는 것이/ 푸른 수면 거울 아래 거꾸로 매달리어/ 물새들 자맥질 따라 퍼뜩 꿈을 깨우네』

그의 시조에 대해 "전통적 한국 정서를 미학적으로 잘 표현한 데다, 충주 및 수안보온천을 소재로 한 최초의 시조집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한 문학평론가 정유지 박사의 비평처럼 서경·서정·서사가 잘 어우러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김락기 이사장은 2014년 충주 수안보상록호텔 사장 재직 당시 한국시조문학진흥회의 ‘시조문예축전’을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유치한 주인공이다. 3년간 ‘수안보온천 시조문예축전’을 열며 ‘수안보온천시조문학상’을 제정하고 전국시조백일장 등도 개최해 지역사회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메시(Messy)
팀 하포드/위즈덤하우스/448쪽/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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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Messy)형 인간이 돼라."

책 제목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메시(Messi)가 아닌 ‘지저분한’, ‘엉망인’이란 뜻의 메시(Messy)를 지칭한다.

여기서 메시형 인간이란 안정적인 발전보다 과감한 도약에 도전하고, 규율보다 자율을 선호하고,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경험해 보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일단 엎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수용할 때 의욕과 혁신의 동기가 생기는 존재이기에 돌발 상황, 예기치 못한 일들을 기꺼이 수용하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계획과 질서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파괴하라는 뜻은 아니다. 혼돈의 시기에 혁신과 성공의 기회가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구체적인 계획과 질서정연한 실행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충동적인 판단이나 직감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다.

2번 종점    
정이수/도화/262쪽/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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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단편소설 ‘타임 아웃’으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수상한 정이수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등단작인 ‘타임 아웃’과 ‘손바닥 노트’, ‘까망이’ 등 10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저자가 여름과 가을, 두 계절 동안 은둔형 외톨이처럼 책상 앞에 앉아 쓴 글은 인생의 종점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장애인 여성의 고통은 단편 ‘손바닥 노트’에서, 구제역 발생으로 기르던 돼지를 살처분해야 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는 ‘까망이’에서 나온다.

‘2번 종점’을 통해서는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가족관계가 붕괴돼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도시 난민들의 생활상을 읽어 볼 수 있다.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게 하는 마음속 무언가가 있다는 글 속에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이 생각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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