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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도국 기호일보 독자위원
지난 15일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심의 안건인 ‘인천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이 특정 종교단체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과 일부 교회의 목사와 장로들이 시의원들을 압박해 보류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모든 조례안이 다 가결될 수는 없다. 부결도 되고 보류도 된다. 하지만 이번 안건의 보류 사연은 너무도 황당하다. 조례안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의 상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대표 발의한 시의원한테 문자폭탄을 날려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류된 인천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여러 번 살펴봤다. 특정 종교단체의 주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의 모법이 인권조례이고, 인권조례에는 동성애를 유발시키는 문구가 들어 있다"고 했다. 인권조례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9월 시의회 본회의에 인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이 상정됐으나 이마저도 동성애 확대를 우려한 특정 종교단체들의 반발과 압박으로 부결된 상태다. 상위법인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살펴 봤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는 평등권 침해행위에 대한 차별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의 조문이 있다. 그 조항의 특정단어를 끄집어 내 확대 해석하는 일부 종교단체로 인해 인천에는 전국 17개 특별·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인권 조례가 없다.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것을 동성애 유발이라는 특정 종교단체의 황당한 주장도 이해가 안 되지만, 이러한 주장을 듣고 보류시킨 시의회도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더욱 황당한 내용은 이번 인천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에 발의자로 참여한 모 시의원이 특정 종교단체의 모임에서 "나는 발의에 참여한지도 몰랐다"며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동성애추진위원회라고 할 만큼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개인의 생각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과 특정단체를 위해 법을 제정하거나 개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이 지방의회에서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인 조례제정을 위한 발의에 발의자로 참여하고서도 참여한지도 몰랐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다른 조례 제정이나 개폐에도 의원 서로서로 이름을 빌려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시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지방자치법에 규정한 공인이다. 특정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압박에 부담을 느껴서 올바르고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면 시의원으로서 자질이 없다.

 최근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세태에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개탄스럽다.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는 전국 광역자체단체 및 기초자치단체 70여 곳 이상에서 제정됐으며,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도 경기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조례가 제정됐다. 인천시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조례가 제정돼야 할 것이다.

 인천시의회가 300만 인천시민을 대표해 시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조례 제정 및 개·폐 등 지원 환경을 마련해 줌과 동시에 시의 운영에 대해 감사하고 조사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한다면, 우리 시민은 감시자가 제대로 일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300만 시민의 대표가 아닌 특정단체의 대표가 된다면 인천 300만 시민은 시민의 대표를 바꿀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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