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서 지역의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활용해 글로컬 브랜드로 만들어 가거나 자리매김한 국내외 여러 도시들을 살펴봤다. 강원도는 지역 특성에 따라 도시가 지닌 역사·문화유산이나 지리적 여건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정선군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정선아리랑’을 활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전으로 이어지던 노래를 현대적인 감각에 맞춘 창극으로 재해석했다. 이를 선보이기 위한 인프라도 구축했다. 아리랑을 바탕으로 주변에 위치한 정선5일장을 특화 전통시장으로 꾸며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에게 연계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강릉 역시 지역의 대표 문화유산인 유적지를 활용한 사례다. 아직 해외로 뻗어 나가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으나 한국의 전통을 직접 살펴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외에도 태백과 정선의 삼탄 아트마인은 폐광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만이 가진 가치를 새롭게 재창조하고 있는 셈이다.

▲ 대학생들이 졸업 축하 파티를 하고 있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성당 광장
해외의 경우 스위스의 루가노가 강원과 비슷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매월 1~2차례 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어부들이 다녔던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곳곳에 숨어 있고, 한편에는 명품 매장도 줄지어 있다. 쇼핑과 힐링, 체험의 3박자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반면 이탈리아와 독일은 시민운동을 통해 도시 브랜드가 만들어진 사례다. 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은 이탈리아인들의 공감대를 넘어 전 세계에 슬로푸드 운동을 전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대를 이어 고집을 지키며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이탈리아는 슬로푸드 운동 이전부터 그들에게 심어져 있던 문화의식이 시민운동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

독일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에서 소각장 반대 운동을 통해 시민들의 힘이 결집된 사례가 적지 않지만,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원전 반대 시민운동이 ‘그린시티’라는 글로컬 브랜드를 탄생시킨 사례다. 여기에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 차원에서 일관되게 그린시티 정책을 추진한 시정부의 방향도 큰 도움이 됐다.

# 인천의 글로컬 브랜드는 뭘까?

인천시는 ‘가치 재창조’라는 이름으로 글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민선6기 시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한국 최초, 인천 최고 100선’을 비롯해 ‘인천 인물 발굴’, ‘문학산 정상 개방’, ‘인천 섬 프로젝트’ 등이 인천의 글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올해 처음 실시한 ‘애인 페스티벌’은 지역의 가치에 축제를 결합하기 위한 시도였다. 취임 2년차를 맞아 유정복 시장이 발표한 5대 주권 역시 큰 틀에서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기 위한 정책 방향이다.

▲ 애인토론회’에서 시민과 소통 중인 유정복 인천시장.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가 추진한 다수의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들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는 물론이고 인천시민들에게조차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장은 "인천이 상대적으로 서울에 눌려 있는 것은 맞다"며 "서울만큼의 규모와 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인천의 한계점을 전했다.

이 소장은 "반면 중구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한 관광 코스는 지금도 매우 잘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최근에는 인천만이 가진 장점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천이 보다 뛰어난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천공항을 활용한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 소장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환승객 대다수는 서울에 다녀오기가 시간적으로 어렵다"며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천공항 환승객을 대상으로 환승 시 반드시 인천 투어를 해야 한다는 콘셉트를 만들어 브랜드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내용을 담보한 유료 콘텐츠를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글로컬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인천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시는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을 위한 타당성조사와 기본 설계용역을 진행한다. 2018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이번 사업은 내항 재개발과 인천역 복합역사 개발사업, 개항장 활성화 사업 등을 연계하는 개항창조도시의 핵심 사업이다. 또한 ‘왕의 길’을 중심으로 한 강화문화가꾸기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과 올해 실시한 애인 페스티벌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 태백 ‘태양의 후예’ 촬영지.
지역 일각에서는 역사적 기록이나 사실에 근거한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시설에 대한 정비 및 발굴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일부가 복개된 부평 굴포천 복원사업이나 계양산성 복원, 부평 도호부청사와 남구 학산서원 터 복원 등을 통해 지역의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새로운 관광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훈 소장은 "프랑스의 한 노벨상 수상자는 ‘여행은 장소를 바꿔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편견을 바꿔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인천은 개항장 주변 등 독특하고 가치 있는 근대 자원을 많이 갖고 있기에 이를 통해 관광객들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 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천 도시브랜드, 시민에게 돌려줘야

도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 도시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미국 뉴욕의 ‘I Love NewYork(I♥NY)’이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덴마크 코펜하겐의 ‘COPEN HAGEN’은 이미 유명세를 탄 도시 브랜드이며, 일본 도쿄의 ‘& TOKYO’도 요즘 뜨고 있는 도시 브랜드 중 하나다.

뉴욕의 ♥는 지역의 대표 농산물인 사과를 상징하면서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표현한 사례고, 암스테르담은 자신이 암스테르담의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자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전체 인구 중 절반 정도가 외국 출신이다. 영어 철자의 ‘OPEN’을 이용해 로고를 만든 코펜하겐은 ‘당신에게 열려 있는(Open for You) 코펜하겐’이라는 지역의 열린 마인드를 간결하면서도 확실하게 전해준다.

▲ 이탈리아 발비아노 와이너리.
도쿄의 ‘& TOKYO’는 ‘3세대형 도시 브랜드’다. 기존 전문가 주도로 상징물을 표현하는 1세대나 언어적 표현 중심(수식어 형태) 또는 거주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2세대와 달리 3세대 도시 브랜드는 거버넌스 중심의 시민 참여형 브랜드다. 도쿄는 도시 브랜드 ‘& TOKYO’ 앞에 시민들이 다양한 수식어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스시 앤 도쿄’, ‘관광 앤 도쿄’, ‘쇼핑 앤 도쿄’ 등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 두는 방식인 것이다. 발표 초기 논란이 많았던 서울시의 ‘I·SEOUL·YOU’ 역시 3세대 도시 브랜드다.

최근 인천시가 새롭게 내놓은 ‘all ways Incheon’ 도시 브랜드를 두고 말들이 많다.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의미인데, 표절 의혹을 넘어 과연 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지역의 정체성이나 방향성 등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인천 관광의 컨트롤타워를 맡겠다는 인천관광공사는 ‘디스커버 무한대 인천(Discover ∞ Incheon)’이라는 또 다른 도시 브랜드를 내놨다.

관광객을 대상으로는 관광공사의 브랜드를 쓰고, 인천시의 이름을 해외에 알릴 때는 시가 정한 도시 브랜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 일관성 없는 정책에 사용된 시민들의 세금만 아까운 현실이다.

▲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인천의 도시 브랜드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all’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최근 전 세계의 도시 브랜드 추세가 3세대형으로 가는 상황에서 인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all ways Incheon’에서 ‘all’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3세대형 브랜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ll’ 대신 다른 단어를 활용해 ‘~의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의미를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짜장면 ways Incheon’은 인천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짜장면을 이용해 ‘짜장면의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인천시의 가치 재창조 사업과 맞물려 ‘보물섬 ways Incheon’, ‘개항장 ways Incheon’, ‘공항 ways Incheon’ 등 기존의 뜬구름 잡기식 도시 브랜드가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면서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도시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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