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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다사다난이란 표현이 적절했던 2016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는 경제가 무척이나 어려웠고 안보가 위기였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거꾸로 정부의 무능과 정치의 혼선이 경제의 어려움과 안보 위기를 증폭시켰다. 이제 며칠 후면 2017년이 밝아온다. 해마다 이맘때면 희망을 노래해야 하지만 잘못하면 내년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전망이 많이 들려온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에 대해 많은 전문기관에서 2%대 초반을 예측하고 있다. 이미 우리 경제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3%대의 잠재성장률을 밑돈 지 꽤 됐지만, 올 하반기와 같이 마이너스 제조업 성장률에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면 2%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미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비정상적 상황이 나타났고 내년이 대선이 있는 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위중한 경제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얼어붙은 소비와 투자, 고용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내년에는 최근 1천3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설비 투자의 반등을 예상하지만 제조업 가동률이 낮고 대외 수요도 미약하다는 점에서 그 증가세가 제한적일 것이다. 여기에 올해 양호했던 건설 투자가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와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으니 고용이 심각하다. 올 들어 11월까지 평균 청년 실업률은 9.9%를 기록했다. 내년 2~3월 청년 고용 상황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정년 60세 제도, 제조업 구조조정 본격화, 청탁금지법 여파 등이 겹치며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여파가 커질 것이다.

 올 하반기 정부는 이미 11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에 들어갔지만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0%대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또다시 내년 2월 추경 편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1분기 추경은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편성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1980년대 이후 1분기 추경이 편성된 사례는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과 199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치던 2009년 3월 등 단 세 차례뿐이었다. 그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내년 1분기 추경예산을 편성한다면 지난 번 11조 원을 훨씬 뛰어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선진국 평균의 절반 정도로 아직은 정부가 나설 여력이 있다. 현재의 경기를 감안하면 지난 번과 비슷한 규모의 추경이라면 진작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찔끔찔끔 추경 확대로는 경기를 못 살리고 재정적자만 늘렸던 일본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내수뿐만 아니라 우리의 수출을 늘리는 데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100%에 달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대외부문, 특히 수출이 중요한데 최근 20개월 연속 수출 감소라는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미국 대선에 당선된 트럼프는 보호무역 강화로 전 세계 통상무역 지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우리와 관련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가 관건이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한미 FTA가 재협상돼 기존 약속이 사라진다면 내년부터 5년간 우리의 수출 손실액이 최대 269억 달러에 이르고 일자리 24만 개가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해 최대한 정치력을 발휘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논의돼 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등의 메가 FTA에도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내년 우리 경제가 버티려면 내수시장에서의 어려움을 최대한 줄이고 해외시장에서 최대한 선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역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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