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5차 청문회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줄곧 언급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세월호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간호장교인 조여옥 대위가 중요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조특위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증인이라며 청문회 전부터 이를 공세적으로 파헤치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생중계된 방송에서 두 증인도 긴장한 모습이었다.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 지 국민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청문회는 지루했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증인에 대한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여당의원의 국조 참석 적절성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반드시 청문회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회 불출석 증인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해놓고 정작 증인이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싸움을 벌였다. 청문회 전에 여야 양측이 사전 협의를 나눠 의견을 조율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를 청문회장 안으로 끌고 들어와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본격적으로 증인에 대한 질의가 시작된 뒤에도 분위기는 별다를 게 없었다. 법리적으로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우 전 수석 앞에서 특조위원들은 맥 빠지는 질문만 되풀이했다. 계속 진술을 번복하는 조 대위의 허점을 파고드는 질문도 나오질 않았다. 위원들은 모르쇠식 답변이 예상됐던 증인들에게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따져 묻거나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았다. 청문회의 긴장감이 떨어지자 우 전 수석은 몇 차례나 태도 불량으로 지적을 받았다. 증인들의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하거나 증인들의 심리를 압박하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청문회 전체 진행시간에 비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진 못했다.

 사법기관과 달리 제한된 권한을 행사한 가운데서도 결정적 증거와 진술을 확보해 사법적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증인들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진실의 일부를 밝혀낸 청문회 성과도 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난을 들었던 국조청문회. 1997년 한보사태 이후 19년 만에 열린다는 구치소 청문회인 만큼 위원들에게 남은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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