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시작부터 잘못 꿴 단추는 6천억 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를 민간사업자의 입김대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천시는 아직까지 사업계획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애꿎은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 25일 시에 따르면 ㈜인천로봇랜드는 시와 민간사업자가 최초 자본금 108억 원을 투자해 2009년 설립했다. <관련 기사 3면>

㈜인천로봇랜드의 지분은 인천정보산업진흥원 49.99%(80억 원), 인천도시공사 3.12%(5억 원), ㈜한양 19.04%(30억4천만 원), 두손건설 10.75%(17억2천만 원), 도원건설 0.92%(1억4천만 원), 피코노스아시아㈜ 5.95%(9억5천만 원), ㈜LG CNS 3.41%(5억4천만 원), ㈜포스코ICT 3.41%(5억4천만 원), LG전자㈜ 3.41%(5억4천만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큰 틀에서 공공 투자자인 인천시가 지분의 절반이 넘는 53.11%를, 건설투자자들이 30.71%(49억1천만 원), 전략투자자들이 16.18%(25억8천만 원)를 보유한 셈이다.

이처럼 시는 ㈜인천로봇랜드의 절반이 넘는 지분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애초부터 시에 불합리하게 명시된 주주 간 협약서 때문이다. 시는 대표이사 지명권을 갖지만 이사는 각 투자그룹 대표가 지명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 한 명이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투자그룹에서 임명한 이사진들이 ‘딴지’를 건다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주주 간 협약에 따라 모든 시공권은 건설투자자가 다 갖는 것으로 명시돼 있기도 하다. 실제 로봇랜드가 발주한 공공시설은 건설투자자들이 수의계약 형태로 조달청의 계약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시공권을 가져갔다. 800억 원이 넘는 규모였다. 여기에 SPC의 구성 목적 자체가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이지만 인천로봇랜드 협약에는 민간투자 유치 의무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다. 결국 로봇랜드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들은 권리는 누리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다.

시의회에서는 수년 동안 시가 SPC에 끌려가는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주주 간 협약서의 변경을 촉구했지만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인천로봇랜드 임원들의 높은 연봉 또한 구설수에 올랐다.

시는 그동안 주주 간 협약서 변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에도 SPC와 위수탁 협약을 종료하고 법인 청산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협약 일부를 변경한 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시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로봇랜드의 사업성 개선 방안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정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10월에는 인천로봇랜드 조성실행계획 변경 용역을 추진한 후 내년 말까지 정부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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