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동.jpg
▲ 김상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손발이 차갑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수족냉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수족냉증은 사계절 내내 손발이 차갑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더 심해집니다. 수족냉증의 원인과 위험성을 알아보고 예방법을 살펴봅니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극심한 냉기를 느끼는 병입니다. 수족냉증의 기본 원리는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해 모세혈관이 수축되고, 손과 발에 혈액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손발이 차가워지는 겁니다. 수족냉증에 걸리면 손발 외에 무릎·아랫배·허리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도 냉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수족냉증을 일으키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이 수족냉증의 간접적인 원인입니다. 그 중 적은 근육량은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근육은 체온을 높여 주는 중요한 조직으로, 근육량이 증가하면 혈액순환을 돕는 기초대사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체온도 올라갑니다. 때문에 근육이 적은 사람일수록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수족냉증에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족냉증은 근육량 때문에 마른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방형 비만도 근육이 적을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비만 역시 혈액순환을 방해합니다. 체지방에 쌓인 과다한 노폐물이 혈액이 통과하는 길을 가로막아 혈액을 순조롭게 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르몬의 변화 역시 수족냉증의 원인이 됩니다.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는 열이 몸 전체에 골고루 분포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월경, 출산, 갱년기를 맞은 여성이 남성보다 수족냉증에 쉽게 노출됩니다. 특히 월경 때는 많은 혈액 소모로 인해 평소보다 체온이 낮아져 수족냉증에 걸리거나 심화될 수 있습니다.

진통제 과다 복용 역시 수족냉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진통제에는 체온 조절 중추를 마비시키는 성분이 있어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습니다. 특히 혈압약과 아스피린에는 베타 차단제가 들어 있어 심장을 약하게 만들고 열을 떨어뜨립니다. 참을 수 있는 진통에도 불구하고 약에 지속적으로 의존한다면 수족냉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스트레스 역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불리는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손과 발의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때문에 만성적 스트레스는 손발을 지속적으로 차가워지게 하고, 이는 수족냉증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수족냉증은 냉기 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수족냉증은 저체온증이 지속되는 현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몸은 체온이 1℃만 내려가도 면역력이 30% 낮아지기 때문에 수족냉증을 방치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족냉증 방치는 동상, 뇌졸중과 치매, 암, 빈혈과 위장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동상에 걸리면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 혹은 저림을 느끼는 것 외에 정도에 따라 물집이 발생하거나 괴사할 수 있으니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졸중과 치매는 몸의 온도가 떨어지고 뇌혈관이 수축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수족냉증은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법보다는 생활 습관 교정으로 완화해야 합니다. 수족냉증 치료·예방법은 첫째, 근력운동입니다. 근력운동 외에 유산소운동도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만 체온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은 근육입니다. 근력운동을 통해 수족냉증의 근본적인 문제를 예방해야 합니다. 둘째, 반신욕입니다. 반신욕은 전신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것 외에 혈액순환에 도움을 줍니다. 셋째, 전신을 따뜻하게 합니다. 간혹 손발만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몸 전체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넷째, 꽉 끼는 옷은 피합니다. 꽉 끼는 옷은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주범입니다. 마지막으로 체온을 높여 주는 음식을 섭취합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마늘·계피·인삼·생강 등이 있습니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상동 교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