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법(話法)은 글자 그대로 말하는 방법이다. 말할 때 쓰는 일반적이고 특수한 모든 방법을 통칭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화법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무엇’을 얘기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한다. 그 ‘무엇’을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는 풍부한 지식과 자료는 필수아이템이다. 음색·음질·속도·강약·몸짓·태도·시선 등등이 듣는 이의 호감을 산다면 그야말로 효과만점이다.

 설명인지, 설득인지, 묘사인지, 서사인지, 환기인지 모호한 화법은 말이되 말이 아니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여전히 장안의 화제다. 주술관계가 맞지 않은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아무리 긴 말도 중간에 끊지 않고 한 문장으로 통으로 말하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녔다.

 심지어 68개 단어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 지난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에서 한 말이다. "제가 말씀을 확실하게 드릴 수 있는 것은∼그 다음에∼깊은 거지만∼이렇게 돼서∼그런 데서부터∼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습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말은 ‘∼하자’거나 ‘∼하겠다’ 대신 ‘∼이다’나 ‘∼해야 한다’ 등 타인에 대한 평가나 지시가 주를 이룬다. 자신을 주체에서 철저히 배제시키는 것이다.

 새누리당 전여옥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화법을 ‘베이비 토크’라고까지 힐난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커터칼 피습 당시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란다. 대정부 질문이나 청문회 등에서도 독특한 화법이 등장한다. 이름하여 기름장어 화법, 미꾸라지 화법, 아몰랑 화법, 모르쇠 화법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박영선 의원이 증거영상을 들이대자 "이제 보니까 내가 못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는 해괴한 화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조여옥 대위는 ‘압니다’ 대신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는 아리아리한 화법을 택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조차도 ‘∼같다’라고 한다. 참 ‘나쁜 화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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