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안시준/가나출판사/296쪽/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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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와 세계를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고생스러운 무전여행을 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꿈을 찾기 위해서다. 지금도 많은 곳을 여행한다. 청춘들이 갭이어를 통해 꿈을 찾기를 돕기 위해서다."

무전여행에서 발견한 꿈을 실행에 옮겨 ‘한국갭이어’란 회사를 설립한 안시준 대표가 쓴 여행에세이다.

저자는 스무 살의 나이에 200만 원을 들고 여행을 시작해 16개월 동안 39개국을 돌아다녔다. 그는 세계 여행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또 자신의 꿈도 찾았다. 144쪽에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여행이 준 가장 중요한 선물이라면 나는 딱 하나를 손꼽는다. 그건 ‘삶’이다.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갭이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이 삶의 방향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갭이어를 보내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을 마친 뒤 취직을 포기하고 갭이어를 국내에 정착시키는 일을 목표로 친구들과 함께 자본금 3만 원으로 2012년 회사를 창업했다.

갭이어(Gap Year)란 잠시 학업을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여행·교육·인턴·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는 시간을 뜻한다.

저자는 성공을 향해 돌진하라며 채찍질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따뜻한 조언도 남겼다. "평온하게 미래를 탐색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주면 훨씬 더 좋겠다"고.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를 설정하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 없이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고 충고한다. 이에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청춘의 시기에 가능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실패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9쪽에 나온 글이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자신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딱 세 가지가 필요하다. 시간과 환경, 용기다. 삶의 변화를 꿈꾼다면 이 세 가지가 모두 있는 여행을 자신에게 선물하기 바란다.』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한정주/다산초당/548쪽/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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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조시대 북학파 실학자인 이덕무(李德懋)의 삶과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이덕무의 전집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매료돼 오랫동안 이를 연구한 고전학자다. 청장관(靑莊館·해오라기)은 이덕무의 호이다. 그에게 또 다른 호가 있다. 책만 보는 바보란 뜻의 ‘간서치(看書癡)’란 호가 있을 만큼 지독한 독서광으로 문장 실력도 빼어난 문장가라는 게 저자의 평이다. 유고집 「아정유고」에 있는 이덕무의 시를 소개한다.

『서리 내린 아침에 싸리비를 굵게 묶어/ 행랑살이 마당 쓸며 술 항아리 간수하네/ 겨울을 지내려 시래기 낡은 벽에 매달고/ 액막이로 단풍 가지 가난한 부엌 한편에 꽂네/ 농가의 골동품은 회청색 도자기뿐이요/ 마을 아낙네 몸치장은 빨간 구슬뿐이네/ 무명모자 쓴 두 늙은이 귀에 대고 소곤소곤/ 새로 온 사또는 일처리 공평한지』

나와 관계하는 관계
조혁신·이상실 등 7인/인천작가회의출판부/260쪽/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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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작가회의 소설가 7명의 대표 작품을 모은 소설선집이다. 이들은 그동안 분단·노동문제 등 사회 모순을 다룬 작품들을 발표하며 인천 문학계에서 나름대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이다.

작가 조혁신의 ‘벌레’는 대도시 한 귀퉁이 낡은 빌라촌에서 직업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사내의 이야기를, 박정윤의 ‘젖은 눈’은 강제로 사냥터를 따라다니는 소년의 상처를 그린 작품이다.

또 이상실의 ‘나와 관계하는 관계’를 보면 학원의 논술강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논술시험의 논제로 제시된 지문을 학생들에게 강의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3일간의 내적 상황을 그리고 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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