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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은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기계 4승, 인간 1승으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로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잠시 잊혀지긴 했으나 인공지능의 무서운 성장 앞에 ‘알파고 쇼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인류는 예측 불가의 미래를 걱정했다. 기계가 지능을 갖고 있는지, 인간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에 대한 인공지능 검사를 ‘튜링 테스트’라 하고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판별 지표로 활용되는 튜링 테스트는 이를 고안해 낸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름에서 따왔다. 컴퓨터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으로 1966년 제정된 ‘튜링상’ 또한 같은 학자의 이름에 기인한다. AI의 개념을 비롯해 컴퓨터과학 및 정보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의 드라마틱한 삶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통해 만나 보자.

1951년 영국 맨체스터의 경찰서로 앨런 튜링이 연행돼 온다. 1급 기밀로 취급돼 베일에 싸여 있는 한 남성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그의 과거가 드러난다. 27살의 젊은 나이에 케임브리지대학 수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정부암호학교의 암호해독반 요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풀어야 하는 독일군의 암호인 에니그마는 1해5천900경이라는 상상 불가능한 경우의 수로 설정된 암호였고, 그 코드의 설정은 24시간마다 바뀌는 탓에 인간의 머리로는 해독이 불가능한 초고난이도의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앨런 튜링은 포기하지 않고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설계하는데, 총 제작비용이 현재 환율로 9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을 당시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에게 요청한다. 그리고 이를 총리가 승인하게 되면서 암호 해독의 길이 열리게 된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결국 에니그마를 해독한 결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고, 이는 전쟁의 종식을 2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군사기밀작전으로 실시된 사항이었기에 앨런 튜링의 공적은 드러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법으로 금지돼 있는 동성애를 지향했다는 사실도 그를 더욱 은둔자로 만들어 버렸다. 때문에 그의 말년은 경찰서와 법원을 오가는 비참한 날들의 연속이었고, 42살의 젊은 나이에 음독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비운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 ‘이미테이션 게임’은 영국의 TV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인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열연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2015년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전쟁과 로맨스, 첩보 서스펜스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치우침 없이 담아내고 있다. 1954년 성범죄자로 죽음을 맞이했던 앨런 튜링은 2013년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청원으로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 의해 외설죄가 무죄 처리되면서 그 명예가 공식 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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