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인생에 있어서 경험보다 더 좋은 선생은 없다고 봅니다. 아직은 신참 티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됐지만 형사과·수사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어요.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 되겠다는 초심은 물론 잃지 않겠습니다. 또 높은 직위로의 승진도 중요하지만 늘 떳떳한 경찰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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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계양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박승명(29)순경의 새해 다짐이다. 이제 갓 3년 차에 접어든 경찰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치 경험론을 주창한 영국의 철학자 데이빗 흄(David Hume)처럼 불완전한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경험과 지식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지키겠다는 다짐이 보기에 좋았다.

박 순경은 2014년 12월 인천계양서 효성지구대에서 첫 업무를 시작해 현재는 교통안전계 소속이다. 지역 기관을 돌며 교통안전교육과 홍보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내근직으로 보람도 많다고 했다.

"효성지구대 팀장과 여러 곳을 방문하는 대민 활동 당시 기억인데요. ‘고생이 많다’며 따뜻하게 대해 주는 시민들을 볼 때마다 ‘경찰 하기 잘 했다’, ‘더 열심히 경찰 업무를 수행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그가 경찰에 입문한 이유는 단순했다.

"용인대 유도학과 재학 당시 경기도에서 제주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만난 경찰관 선배가 매우 멋있었어요. 고생한다며 차를 태워 준 경찰관이 바로 대학 선배였는데 ‘나도 이런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진로를 결정했다면 너무 단순한 대답인가요?"

미소를 머금은 채 이어진 대답은 경찰이 전공을 살리고 다양한 경험도 해 볼 수 있는 직업이라는 판단이었다.

"시험에 합격하자 교사이신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셨어요. 게다가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 중에 여자친구를 만났으니 경찰은 제 운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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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여경으로 근무하고 있는 여친을 한 달에 한 번 꼭 만난다는 그는 같은 직업이다 보니 장점도 많다고 했다.

"여친이 지금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서로 고민을 털어놓아도 이해가 쉽고 조언도 금방 얻을 수 있어요."

기억에 남는 일을 말해 달라는 부탁에 웃지 못할 일화도 들려줬다.

"2015년 한 취객이 효성지구대로 들어와 다짜고짜 집에 갈 차비가 없다고 하니 팀장께서 돈을 빌려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후 다시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돈을 갚았어요. 저도 지난해 비슷한 일로 취객에게 측은지심에 돈을 준 적이 있는데 그분은 아직 갚을 생각을 안 하시네요!"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로서의 고민은 뭘까 궁금했다.

"교통법규 위반 시 시민들에게 소위 딱지를 끊을 수밖에 없는데 이 때 봐 달라거나 반발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교통사고 없는 사회를 위해 경찰관들이 노력한다 생각해 주시고 바로 수긍해 주시길 꼭 부탁드려요."

박 순경의 특기를 바로 옆에 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어떤 것에 한 번 생각을 집중하면 끝까지 해내요. 우직하다고 할까요. 상관의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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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이 끝나면 짬짬이 관련 공부를 한다는 박 순경은 최근 이런 생각을 해 봤다고 한다.

"나라에 걱정 없이, 국민들이 하나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게 시민으로서의 바람이죠. 그리고 모두 다 힘들겠지만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배들을 보며 시민들께서 많이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가 인터뷰 말미에 전한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사회에 별일 없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걱정 없고 고민 없고 사고도 줄어든다면 국민들이 행복할 것 같아요. 결국 우리 모두가 꿈꾸는 것은 마음 편한 세상이 아닌가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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