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된 통닭집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오래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올해 임차계약이 끝나면 훌훌 털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보려 해. 갓 1년 동안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 못 가져 본 휴식시간을 가져 보고 싶을 뿐이야."

6-또봉이1.jpg
인천시 남동구 주공그린빌아파트 상가에서 2015년 7월부터 통닭집을 시작한 윤성봉(63)·박현자(59)대표는 처음으로 해 본 장사에서 값비싼 인생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자평했다.

 "직업군인할 때는 몰랐었어. 퇴역 후 잠깐 일해 본 직장에서는 심한 갑질을 받아 마음고생이 컸지. 또 워낙 적은 급여로 버틸 수도 없었고. 갓 1년을 넘게 한 지금의 통닭집도 여간 고된 게 아냐."

 낮 12시 상가 문을 열어 빠르면 새벽 1시에야 집으로 향하는 생활이 반복되며 아들이나 딸과 밥을 같이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휴일은커녕 종갓집 맏이로서 가족의 대소사를 제대로 챙겨 본 적도 없다는 후회가 가득했다.

 "군 예편 후 아파트 경비보안실장 등을 맡아 당해 본 수모나 다단계 판매업으로 1년에 60만 원 남짓 수입을 올렸던 과거 직장보다는 낫지만 하루 종일 서서 장사하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야."

 그때 바로 옆 테이블에서 "통닭 한 마리 맛있게 튀겨 주세요"라는 주문이 연달아 들려 왔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인터뷰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바쁜 게 오히려 좋다"는 말로 인터뷰를 다시 이어갔다. 닭을 튀기는 식용유를 배달하는 직원들에 따르면 이곳은 그나마 나은 형편이란다.

 "우리는 한 달에 배달이 대략 200여 건, 전체 매출로 보면 닭 1천여 마리 정도가 팔리거든. 100마리도 못 파는 집들도 많대. 문제는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우려야. 닭집 간 경쟁이 세고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없거든."

6-또봉이2.jpg
최근 몇 달간 평균 매출이 800마리를 밑돌아 걱정이 많다는 푸념도 늘어놨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영란법 시행이나 최순실 사건 등으로 나라가 뒤숭숭해지며 사람들에게 불안심리가 있나 봐. 다들 돈을 소비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군인연금으로 여생을 충분히 살 수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연금만으로는 밥만 먹고 살 수 있다고 표현하면 맞을 듯해. 아들은 주류업, 사위는 초등학교 교사, 딸은 웨딩업에 종사해 다 컸지만 그래도 한 번 돈을 만져 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지."

 조그만 매장(24㎡)에 테이블 6개를 차려 놓고 56가지 메뉴로 동네 사람들 위주의 영업을 해 본 결과 배운 점도 많단다.

 "남들에게는 간단한 통닭집으로 보이잖아. 그런데 막상 시작해 놓고 처음엔 무척 싸웠어. 아내와 내가 일처리나 생각하는 게 달라서. 정말 이혼할 뻔했다니까. 지금은 서로에게 적응하고 인정해 주다 보니 별 탈 없이 잘하지. 그리고 하루 종일 같이 있어 본 시간도 지금까지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라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이지."

장사를 해 보니 비슷한 일을 하는 자식들이 걱정된다는 부모의 마음도 전했다.

"고민도 많겠고 사업에서 굴곡이 생길까 봐 걱정이야. 올해 대선이 있잖아. 서민들이 마음 놓고 잘살 수 있는 사회를 차기 대통령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사회양극화 문제까지 없애면 더 좋고."

6-또봉이.jpg
윤성봉·박현자 대표는 통닭집 인근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2006년부터 살면서 공기가 좋은 인천을 ‘제2의 고향’이라고 했다. 2017년을 맞이해 한 가지 바람도 인터뷰 말미에 비쳤다.

 "올 7월 계약 만료 기간이 도래하면 통닭집을 접고 싶어. 부부가 차 한 대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보기가 좋더라고. 아내(남편)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 주고 싶어. 그리고 둘이 손 꼭 잡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멋진 선물을 주고 싶어."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