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지역은 주차 문제로 유명하다. 밤마다 주요 대로변에 펼쳐진 이중·삼중 주차 행렬과 지역 특성상 아슬아슬한 경사의 골목길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을 보자면 감탄사가 나오기도 한다.

1가구 다차량 시대에 부족한 주차면은 분당권도 예외는 아니다. 오죽하면 ‘웬만한 운전(주차) 실력으로는 성남에서 살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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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과 공영주차장(노상 66곳, 노외 82곳) 신설 등이 이뤄지면서 나아졌다지만 주차 문제는 대부분 시민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차량이 많으니 주차관리 직원들도 바쁘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소속 이찬문(43·서현환승공영주차장 관리 직원)씨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수차례 만차 현상이 빚어지는 그의 일터는 성남 지역 혼잡 주차장 순위 3번째에 달한다.

486면의 주차면에 하루 평균 1천여 대의 차량이 지난다. 월 정기차량 300여 대를 제외하면 매일 700여 대의 일반 차량이 수시로 출입한다. 통행이 많으니 그만큼 민원이나 관리할 부분도 늘어난다. 소위 ‘진상’ 고객들도 많다. 직원 입장에서 보면 기피 근무지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그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 씨는 "만차일 때 정기권 차주가 돈을 내는데 왜 주차를 못 하냐며 욕설을 하거나 막무가내로 주차면을 만들라는 식의 갑질 행위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힘든 경우"라며 "아직 우리 사회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나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어떤 일이든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헤쳐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 토박이 중의 상토박이다. 성남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대학도 가천대(옛 경원대)를 졸업했다. 군생활 2년여 기간만 빼면 직장도 성남 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진정한 ‘성남맨’이라 하겠다. 하지만 대학 졸업과 동시에 맞은 IMF 외환위기는 수많은 시련을 겪게 했다. 경제가 파탄 나 전공 분야(전자과) 취업은 꿈도 못 꿨고, 그의 첫 사회생활은 몇 달간 방구석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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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지인의 도움 등으로 얻은 일자리는 몇 달씩 이어지는 급여 연체에 월급을 받더라도 100만 원밖에 손에 쥐어지지 못하는 삶이 지속됐다. 2년여 근무한 벤처 게임회사에서 못 받은 급여로 쌓인 카드빚만 2천여만 원에 달해 신용불량자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옮긴 직장도 대부분 영세해 망하기 일쑤였고, 어렵게 치른 결혼과 두 아들 출산 후에는 생계형 막노동이라는 사회 밑바닥 인생도 경험했다. 사무인쇄기 영업직부터 게임회사, 컴퓨터 대리점, 물류센터(분류직), 보험회사, 막노동, 간판 설치 등에 이르기까지 15년간 그가 거쳐 간 직업은 10가지가 넘는다. 2014년 계약직 신분에서 1년 전 주차관리 직원으로 정식 임용되기 전까지 모든 게 그의 경험들이 만든 값진 도전의 결과다.

이 씨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다른 케이스인 것 같다. 신용불량자부터 차상위계층까지 힘든 삶이었지만 수많은 직업을 거치면서 나는 더욱 강인해졌다"며 "게으름 없이 가리지 않고 도전한 열정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소회했다.

이렇듯 청년 시절 그 누구보다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정부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정치 싸움이 구태의연하게 계속되고 있다. 매일 보는 것도 서로 트집 잡고, 물고 뜯는 당파 싸움뿐"이라며 "선거철만 국민이고, 이후는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만 힘쓰는 것 같아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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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차기 대선 후보에게 출산과 교육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 꼽았다.

그는 "대학에 가도 취업이 어렵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대학 만능주의 속에서 경쟁한다. 설령 취직을 하더라도 다수의 청년들은 등록금 대출 상환에 결혼은 꿈도 못 꾼다. 제때 결혼하고 아이 낳으려면 평생 대출 빚에 허덕이는 인생의 연속"이라며 "출산정책이 교육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청년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당장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확보 등 부담 없는 보육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경제 등 모든 분야가 중요하지만 어떤 분야가 선행돼야 차후에 고른 성장을 이루는지 장기적 관점에서 깨닫고 실천하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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