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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가 바라는 세상] 인천 숭의동 은혜이발소 조현휘 씨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사과… 그게 ‘커트’의 기술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2017년 01월 02일 월요일 제18면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할 때는 마음에 거짓이 섞이면 안 돼. 새해에는 우선 나부터 정직한 마음을 지킬 수 있길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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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변함없이 인천시 남구 숭의동의 한 골목을 지키고 있는 ‘은혜이발소’. 2016년 12월 15일 신년 인터뷰를 위해 찾은 이곳은 단순한 이발소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쉼터였다. 주위에는 크고 작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새로운 상가도 많이 생겼지만 이발소만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길 가다 잠시 거울만 보러 이발소에 불쑥 들어오는가 하면, 오후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간식을 가져와 나눠 먹기도 했다.

은혜이발소 이발사인 조현휘(74)씨와 동네 사람들 간 두터운 우정은 이들이 오랜 기간 쌓은 ‘신뢰’ 덕분이다. 조 씨는 1965년부터 중구 신포동에서 이발소 일을 하다 1989년 이 골목으로 넘어와 은혜이발소를 차렸다. 이제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모습만 봐도 ‘어떻게 머리카락을 다듬어야겠구나’하고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다.

조 씨는 "사람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 잘못했을 때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면 서로 신뢰도 생기고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며 "만일 손님의 머리카락을 다듬다가 실수를 했을 때 인정하지 않고 ‘원래 이렇게 자르려던 것’이라고 우기면서 고개를 세우면 결국 믿음이 깨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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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조 씨가 수십 년간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마음속에 지녀 온 하나의 철학과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최근 박근혜정부와 관련해 불거진 각종 논란과 사건들은 조 씨에게 유독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의 목소리를 회피하고 외면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사실 나는 이번 정부에 기대도 많이 하고 믿음도 컸던 사람 중 하나"라고 씁쓸히 웃으며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하지만, 그 사람이 이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는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가 바라는 다음 대통령도 그저 ‘성실하고 진솔한 사람’이다. 진보나 보수 등 정치 이념과 관계없이 사람 자체가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씨는 "사람의 마음에 거짓이 없으면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 마음을 알아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면에서 리더는 자신을 낮추고 주변 사람을 믿어 주며, 자기 사람을 잘 판단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조 씨는 "정치 이념은 사람이 자꾸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스스로를 그 틀에 맞춰 꾸밀 수밖에 없다"며 "자기 이익을 챙기거나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않는 대신 다른 사람들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희생하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참된 리더이자 일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조 씨의 새해 소망과도 연관이 있다. 그는 매년 스스로도 성실하고 진솔한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지만 아직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꾸미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간단해 보이면서도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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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사람이 항상 겸손하고 진솔한 마음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사실 나조차도 지금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새해에도 인내하고 절제하는 방법,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 가면서 온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다음 날인 16일 새해 소망 메모를 받기 위해 은혜이발소를 다시 찾았다. 그는 마침 한 손님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는지 "이발에도 평정심이 필요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칼과 가위 등 날카로운 것을 손님한테 들이미는 일이기 때문에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어지럽고 어두운 느낌이 있는데, 하루빨리 좀 더 밝은 빛으로 나왔으면 해. 그러고 보니 새해 소망을 더 말해도 될까? 모두의 마음속에 건강하고 밝은 마음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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