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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혜영 국회의원
지금 우리 사회는 1987년 체제를 생산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적 틀과 제도를 정립해 나가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번 국회 개헌특위 설치는 이러한 역사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관심은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높았으나, 국정농단 의혹을 희석시키기 위한 대통령의 정략적인 제안과 개헌을 정계개편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일각의 시도가 맞물리면서 점차 빛을 잃어 간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개헌의 순수한 가치를 되살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올바로 준비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것이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 돼서는 안 된다. 국회 스스로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점에서 국회 기득권의 상징과도 같은 현행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 이전에 선결되거나 최소한 개헌과 동시에 추진돼야 의미가 있는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다.

 개헌이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와 국민투표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만 돼 있다면 지금 당장도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유권자가 행사한 표의 등가성과 국민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승자독식에 가까운 불균형을 바로잡고, 소수자와 약자의 의견이 존중되며 사회적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관심 있게 논의되는 것은 이 때문이고, 선관위 역시 2015년 초 이러한 취지를 반영해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국회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는 하루속히 선관위가 제안한 내용을 포함해 선거제도 개혁방안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 개헌특위가 설치되면 공식적인 개헌논의가 시작되겠지만,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 등을 감안할 때 대선 이전에 개헌 완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2월 20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또 53%에 달하는 국민들은 "대선이 개헌보다 먼저"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금은 차분하게 개헌을 위한 동력을 모아 나가야 할 때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선거제도 개혁에 즉각 나섬으로써 국민들께 진정성을 보여 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국회에 선거제도 전반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선거제도개혁 특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거나, 이미 설치된 정치발전특별위원회에서 최우선 순위로 논의돼야 한다. 만일 그조차 어렵다면 다음 대선 주자들에게 집권 이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공약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이 중대한 시대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4일 오후 2시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와 개혁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아무쪼록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이라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가 반드시 완수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들께서 많은 관심과 뜻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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