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교육과열지구의 중학교 시험 대부분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최고난도 문항이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시험의 77%에서는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문항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실과 함께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6개 광역시의 사교육과열지구 내 중학교 18곳의 2016년 1학기 2∼3학년 수학 시험지 35개를 분석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약칭 공교육정상화법 또는 선행교육규제법)이 2014년 9월 도입된 이후 학교 현장에서 실제 선행교육이 사라졌는지를 알아보려고 이번 분석 작업에 나섰다.

공교육정상화법 제8조는 ‘학교는 국가 교육과정 및 시도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며, 편성된 학교 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은 매년 관할 내의 모든 초·중·고교의 선행 출제 여부를 점검해 교육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사교육걱정이 사교육과열지구 내 중학교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35개 시험지 가운데 32개(91.4%)에서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 없는 ‘극상’ 문항이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서울 A중의 2학년 시험지 12번 문항은 ‘어느 여행사에서는 단체로 여행을 신청할 경우 비용을 할인해 주는데 15명 이상 30명 미만이면 10%, 30명 이상이면 20%를 할인해 준다. 회원이 30명이 안 되는 어떤 모임에서 20%의 할인을 받기 위해 30명으로 단체 신청을 했다. 그런데 여행에 3명이 올 수 없게 돼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해약 수수료를 지불하고, 갈 수 있는 회원의 수대로 15명 이상 30명 미만의 단체 신청으로 변경했더니 더 손해가 됐다고 한다. 이 모임의 회원은 최소 몇 명인가’이다.

이 문항은 문항 자체를 이해하고 식을 세우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계산 과정도 복잡해 고난도 문항으로 평가됐다.

인천 A중의 2학년 시험지 13번은 ‘남자 1명이 4일, 여자 1명이 7일 걸려서 할 수 있는 일을 각각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남녀 6명이 한 팀이 돼 하루 안에 끝내려고 한다. 이 팀에는 남자가 최대 몇 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구하면?’이라는 문항이다.

일의 능률이라는 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2 수준에서 매우 어려워 역시 성취기준을 위반한 문항으로 분석됐다.

또 35개 시험지 중 8개를 제외한 27개(77.1%)에서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문항이 출제됐다. 전체 문항 수를 기준으로 볼 때 난이도 ‘상’ 수준 이상(상과 극상)의 문항 비율은 41.5%, ‘중’ 수준 문항 비율은 41.6%, ‘하’ 수준은 16.3%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난이도 분포를 상 30%, 중 40%, 하 30% 정도로 조절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상 수준 이상 문항 비율이 1.4배 정도 높고 하 수준은 50%밖에 되지 않는다고 사교육걱정은 전했다.

사교육걱정은 특히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에 보고한 2015년 각 학교 선행 출제 점검 현황 자료를 보면 교육과정 및 선행 출제를 위반한 건수가 전국에서 단 15건에 불과했다며 교육청이 제대로 된 점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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