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은 지 27년째 되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아오면서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8년째 총무를 맡고 있다. 엊그제 혼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서 위층 집에 이야기하니 모른다고 한다"며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곳에서 누수가 돼 떨어질 수도 있기에 우선 아주머니의 집 화장실 천장을 뜯어봤더니 예전에 폐쇄시키면서 자른 소방용 수도관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폐쇄된 소방용수 밸브를 더 잠가 볼 요량으로 관리 아저씨에게 옥상 물탱크 열쇠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지금은 봐야 소용없고 내일 낮에 보고 고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잠깐이면 되는데 왜요?"라고 되묻자 아저씨는 "동파방지를 위해 감싸 놓은 보온 재료를 풀어 보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분명 이유를 설명했는데도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이 일이 있기 며칠 전에도 계단과 복도에 고장난 전기기구를 교체하면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비 아저씨와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눠 보았다. 그리곤 아저씨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듣는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순간 요즘 자주 접하는 ‘불통’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불통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견해 따위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이나 방식이 서로 다르기에 생각이나 견해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자칫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 올 수도 있다.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결국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것은 물론 뜻을 정확히 이해해 소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네 번째인 정유년(丁酉年), 소통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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