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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장
최근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들려오면서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 속에 인간 삶이 정신적으로 점점 피폐해져 가고 불안한 삶의 연속 속에서 인간 본연의 기본이 흐트러지는 기분이다. 이는 사회 안전을 저해하는 정치, 경제, 사회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 국가적 안정과 개인의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오는 자기성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방어리이행 다원(放於利而行 多怨)이란 말이 논어 이인(里仁)편에 나와 있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다는 뜻이다.

 송나라에 저공이란 사람은 가족들의 양식을 줄여가면서까지 원숭이를 사랑하며 길렀지만, 원숭이의 수가 많아지자 먹이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려고 하는데 어떠냐?" 라고 묻자 원숭이들은 아침에 도토리 세 개는 배가 고프다며 화를 냈다. 저공은 다시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면 어떻겠니?"라고 물었다.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했다.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을 알고 결과가 똑같은 것을 모르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간사한 꾀로 남을 속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모든 국민의 마음속에는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한목소리를 듣고 싶은 심정이며, 교육은 교육의 제 길을 바로가야 할 것 같다. 국가 경제발전과 튼튼한 안보, 깨끗한 사회의 분위기가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노래를 제일 못하는 동물이 노래를 심판하는 자에게 뇌물을 바쳐 승리한다는 동물우화(動物寓話)로 전해져 오는 황새의 노래 재판 이야기로 사회 정화의 정신을 가다듬어 보자.

 옛날 한 동네에 따오기가 살고 있었는데 뻐꾸기와 꾀꼬리가 차례로 들어와서 함께 살게 됐다. 본토박이인 따오기가 좋은 집과 땅에 사는 것에 불만을 품은 두 새는 황새에게 노래 재판을 받아서 잘 부르는 쪽이 이 동네에서 살자고 따오기에게 제안했다.

 노래를 못해 걱정하는 따오기에게 사연을 들은 손자가 개구리를 잡아서 황새에게 갖다 바치며, 따오기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 날이 돼 뻐꾸기와 꾀꼬리, 따오기는 황새를 찾아가 차례로 노래를 불렀다. 황새는 뻐꾸기와 꾀꼬리의 노래를 듣고는 낮은 평가를 하며 나가라고 하고, 따오기는 ‘까옥’ 소리 한마디 했을 뿐인데 과연 점잖다며 동네에 가서 계속 살라고 했다.

 이 설화는 한무대와(恨無大蛙), 무와지탄(無蛙之歎)이라는 제목과 함께 널리 전승되고 있다. 등장인물은 뇌물을 주는 자, 피해를 받는 자, 심판자(뇌물을 받는 자)로 구분된다. 뇌물 때문에 공정한 노래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중심 내용이다. 동물우화는 인간 행동을 동물 행동으로 바꾸어 그 속에 도덕적·교훈적 내용을 담은 설화이다. 이 설화는 전통 사회에서 만연하던 송사(訟事)의 부패를 동물우화 방식으로 풍자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우화 속의 등장인물 행동과 뇌물로 판단하는 모습을 현실과 비교해 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견위수명(見危授命)이란 말이 논어(論語)에 나온다. 위기를 만났으면 목숨을 다해 그 위기를 극복하라는 의미이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해 많은 조직이 무너지거나 상처를 입게 된다. 문제는 그 위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논어에 나온다. 무능한 관리들과 부패한 당리당략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조선왕조가 500년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선비들의 국가를 위한 실천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며 국내외 정세가 좋지 않은 지금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선비정신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개화기 영국의 지리학자 비숍 여사는 「한국과 이웃」이란 책에서 ‘한국인은 청결을 좋아하고 멋있으며 친절하며 그 어느 국민보다 높은 학문적 수준과 교육열이 높다. 한국인이 만약 정직한 관리와 재산권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제도만 가질 수 있다면 세계적인 훌륭한 국민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하루빨리 나라가 안정되고 자기의 직무에 충실한 이행으로 맑고 깨끗한 사회 풍토와 투명한 사회가 조성돼 행복한 우리 모두의 삶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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