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가 넘은 시각, 기사 마감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호사가 내겐 과분했던지, 웅대한 내력을 가진 노선배가 출입문을 열고 브리핑룸 안으로 들어온다. 소파에 앉아 스크랩된 기사들을 훑어보더니만, 대뜸 내게 ‘역시 기호일보야’라는 찬사를 보낸다. 대체로 남 칭찬에 인색한 직업을 가진 분의, 그것도 타사 기자들 앞에서의 칭찬이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적인 반전에 대비해 남산 위의 저 소나무처럼 몸과 마음에 철갑을 둘렀다.

 노선배가 이유를 밝힌다. 지난 2일, 30여 개가 넘는 언론사 신년호를 꼼꼼히 읽고 비교해 봤는데, 기호일보가 편집이나 면배치 등에서 단연 최고였다는 것이다. 보통 신년호가 높은 양반들 인터뷰 등으로 채워지기 마련인데, 기호일보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 소소한 이야기 속 행복을 풀어내 면을 가득 채웠다는 극찬을 이어간다. 무장해제다. 예상 수익을 포기한 회사의 결정에는 존경심까지 내비쳤다.

 그랬다. 이날 나와, 대부분 뛰어난 외모와 지적 능력을 갖추신 애독자들은 기호일보가 더 좋은 언론사로 향해 가는 ‘희망’을 봤다. 신년호 32면 가운데 무려 20면이 절대 놓지 않으려 애썼던 보통사람들의 희망 이야기,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감동의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고장 난 녹음기처럼 유통기한이 지난 소리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대미문적 가치요, 약한 자들의 힘이다.

 사실, 아침부터 신년호를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참 많이도 받았다. 이들의 공통된 평가가 노선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무식을 함께 한 선배, 동료, 후배님들이 어찌나 멋지고 예뻐 보이던지. 사장님 말씀이 이어진다. "어려운 여건인데~ 열심히 잘 하면은~ 이익이 창출되면~". 흔해빠진, 미리 써온 비문을 읽지 않았다. 단 두 가지 당부만 했다. 건강하자. 그리고 독자확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회사에 몸담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가 절로 우러난다. 난 이런 회사에 몸담고 있다. 대기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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