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4일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술위원회를 마친 김인식 WBC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김인식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출항도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력 분석이나 작전을 논하기 전에 대표팀 구성 자체가 순조롭지 않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선동열·이순철·김동수·김평호·송진우·김광수 코치와 WBC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엔트리 변경을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6일 예비 엔트리 50명, 11월 10일 최종 엔트리 28명을 발표하며 대표팀 구성을 서둘렀고, 이날 추가 회의까지 열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선수들의 예기치 못한 줄부상이 원인이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초기에 뽑아 놨던 각 포지션 에이스급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대표팀 구성을 처음 논의할 때부터 고민했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승선’ 여부도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그 자리에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을 넣기로 했다. 강정호의 이탈은 부상 때문은 아니다. 강정호는 지난달 초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강정호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처벌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항전에 출전하기는 무리였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공격력을 검증받은 내야수이기 때문에 WBC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대표팀에 도움을 주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왼손 에이스 투수 김광현(SK 와이번스)은 팔꿈치 수술을 받을 예정이어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대체 투수로 류제국(LG 트윈스)과 유희관(두산 베어스)을 고민 중이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수 능력을 겸비한 포수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도 무릎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대신 김태군(NC 다이노스)이 합류한다.

부상 선수의 이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무리 투수 자원인 이용찬(두산 베어스)은 최종 엔트리 발표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심창민(삼성 라이온즈)으로 교체된 바 있다. 거포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는 부상으로 예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또 ‘좌완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재활 중이어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날 회의에서 나왔다.

오승환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으나 사회적인 문제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15년 10월 불법 해외 도박을 한 잘못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경우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은 오승환의 실력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예비 엔트리 구성 때부터 오승환을 대표팀에 넣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야구의 사회적 기능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을 드러내 왔다. 김 감독은 "오승환은 틀림없이 필요한 선수"라며 "하지만 양현종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대체 투수로 선발을 뽑아야 하느냐 마무리를 뽑아야 하느냐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팀 선수단 전체가 모이는 오는 11일 이후에 코칭스태프 회의를 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외야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구단 허가 문제로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제 다음 달이면 WBC 최종 엔트리를 제출하고 전지훈련도 떠나야 한다. 대회는 3월 6일 시작한다. 여유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지난해 가을 시작했던 대표팀의 엔트리 고민은 해를 넘겨 대회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도 풀리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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