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 대한결핵협회인천지부장.jpg
▲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
지금과 다르게 주로 버스를 타고 학교에 등교하던 몇 년 전 만해도 가방이 터지도록 그날 배울 책들과 함께 도시락통을 들고 만원 버스를 타기 일쑤여서, 일부 원거리 학생은 일부러 종점 부근까지 갔다 다시 타고 등교하기도 하였다.

 등교하는 학생과 함께하는 만원 버스에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그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 물건이나, 학생들 가방을 받아 무릎에 2~3개를 안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만원 버스에서도 노약자석이 지정되지 않은 전철 등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었다. 간혹 철부지가 어른과 함께 타면 스스럼없이 손을 이끌어 옆에 자리를 내어 태우거나 무릎에 끌어 앉혔고, 어린 철부지도 전혀 모르는 어른에게 개의치 않고 따라 앉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요즘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런 과잉 친절행위(?)는 자칫 잘못된 충돌을 빚을 수 있고, 더욱이 푼수로 착각하게 할 수도 있다.

 요즘 들어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다 보면 친절한 만원 버스에서 겪었던 모습과 다른 쓸쓸함을 가끔 맛보게 된다. 만날 적마다 목례를 하고 내릴 때 가벼운 인사와 함께 ‘먼저 내리세요’ 하며 양보하는 어린 학생도 있지만, 또 다른 자녀와 부모는 탈 때부터 무표정하게 타는가 하면 한 번도 눈길을 마주치지 않는다.

 어디 하나 빈틈이 없어 말 붙일 여유조차 없게 해, ‘어쩜 그런 부모와 자식이 똑같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내외가 함께 다닐 때도 같은 느낌을 갖기 마련이고 어쩌다 그런 경우를 당하면서 내리는 때면 "요즘 사람들…"하고 혀를 차기도 한다.

 우리 주변을 보면 아름다운 흔적들을 보여 주면서 주위 사람에게 가벼운 웃음과 흐뭇한 마음을 안겨주는 사람이 많다. 정말 고맙고 어쩌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윤리, 도덕, 사회 질서를 떠나 함께 사는 여유를 갖게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어머니로부터 몸으로 배우고 해내는 작은 몸짓 하나 하나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배양되고 사회로 분출되는 향기로, 모든 문제와 해답은 늘 가정에서 찾을 수 있다. 한발 더 깊이 들어가 들여다보면 힘들게 가정을 꾸려가는 가사의 주인공인 그 집의 어머니에게서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어머니는 그 집의 바탕이고 거울이기 때문에 마주 대하는 어린 아이들과 가방을 맨 학생을 보면 어떤 어머니와 살아가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일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에게 우리 집사람이 동네 할머니로서 쓸데 없이 ‘운동 좀 하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자주 타는 엘리베이터에서 적의를 나타내는 얼굴로 씩씩거려, 그일 이후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 할때마다 공연히 불안하고 불편해 애써 외면하게 됐다고 한다.

 자녀를 기르는 엄마의 마음이 평화롭고 이타심이 있다면 아마도 아이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어 아무리 어른이 심한 이야기를 해도 듣고 지나갈 말에 그렇게 험한 얼굴과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인데….

 아이들도 이기적인 마음보다 이해와 사랑, 양보와 누군가를 늘 이롭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인성이 돋아날 텐데…. 아쉬운 마음뿐이다.

 어머니가 자녀에게 깊은 사랑을 주고 함께 사는 사회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바로 옆 사람에게 베풀고 마음을 나눠줄 때, 그렇게 사는 삶이 언제나 축복일 것이다.

 그런 어머니와 함께하는 가정의 자녀로부터 우리 모두가 사회생활에서 더욱 튼튼한 인성 계발이 이뤄질 것이며, 가정의 행복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사랑을 나눠주며 애정이 깃든 마음을 받은 자녀로부터 시작하는 훌륭한 어머니로의 변화는 그대로 가정의 사랑이 되고 사회의 행복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