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지난 5일 이른바 ‘87년 체제’를 바꾸기 위한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첫 전체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을 재설계하기 위해 가동된 개헌특위에는 여야 의원 36명이 참여한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최근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찬성이 반대를 압도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당 및 유력 대선주자들도 개헌을 당론 및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개헌에 가장 미온적이었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까지도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며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이제 정치권에서의 개헌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민주연구원 보고서 파문에 따른 결단으로 보이기 하지만 문 전 대표가 개헌 시기를 명시한 것은 개헌특위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친문 진영은 개헌론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대선판을 흔들려는 노림수가 있다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개헌특위 활동의 최대 정점은 개헌 시기와 방향이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결정 시점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른바 게임의 룰이 대선 레이스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수싸움이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정안 마련까지 모든 정치 세력이 시기와 내용을 두고 격론을 벌이고 때로는 크게 충돌하고 합의 과정에서 파행을 겪겠지만 이제는 개헌의 공통분모를 속도감 있게 도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야 한다. 개헌 시기도 중요하겠지만 최소한 개헌안 합의만은 대선 전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수권정당이 되고자 하는 정당이나 대선주자는 개헌 당론이나 공약을 대선용 한탕으로 생각해서는 금물이다. 진정으로 여당과 지도자가 되겠다면 작금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어떤 체제가 좋을지, 또한 그 시기까지도 숙고하고 또 숙고해야 한다. 역대 대선 때처럼 공약으로 던져놓고 집권한 뒤에는 각종 구실로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깨는 지도자와 그 정치 세력은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범죄 행위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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