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새빛도시는 인천 서북부 지역 개발의 핵심지다. 하지만 10년째 밑그림만 그려져 왔을 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인지 사업 규모는 그동안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기대했던 앵커시설 유치는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 사업의 시작은 200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로 인천 검단을 꼽았다. 하지만 검단은 3기 신도시로 함께 확정된 서울 송파나 경기 파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인천은 아파트 공급물량이 넘쳤고, 검단은 교통 불편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 정부의 수도권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검단신도시

정부는 2007년 6월 서구 당하·마전·불로·원당동 일원 1천123만㎡를 택지개발예정지구(검단1지구)로 지정했다. 2014년까지 인구 17만7천 명(6만6천 가구)을 수용하겠다는 개발계획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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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시티 조성 계획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인천 검단신도시 1단계 사업구역 부지.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총 사업비 7조 원을 투입할 검단신도시의 사업시행자는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맡았다. 2009년 6월부터 공동주택 분양에 들어가 2011년 12월 준공 목표였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 5월 국토해양부는 서구 대곡동 일원 690만㎡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인구 5만3천 명(2만1천200가구)을 수용하는 내용의 검단2지구 사업도 발표했다. 몇 년 사이에 면적은 1천813만㎡로 크게 늘었고, 수용인구 역시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나빠졌고, 각종 개발사업을 벌였던 인천시의 재정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여기에 검단지구 내 군부대 이전과 토지 보상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정부는 2013년 5월 2지구 지정을 취소 고시했다.

# 검단 줄줄이 무산된 앵커시설 유치

시는 2013년 5월 송영길 시장과 이용구 중앙대 총장, 오두진 인천도시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대 인천캠퍼스 및 캠퍼스타운 건립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검단신도시 인근 부지 99만5천781㎡ 규모에 대학, 대학병원, 주상복합, 상업·연구시설 및 공공시설을 포함한 캠퍼스타운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인천도시공사에서 조성한 가처분용지를 특수목적법인(SPC)이 매입한 뒤 중앙대에 대학 부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수익금 일부를 캠퍼스 건립비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2년 만에 무산됐다. 2015년 5월 ‘중앙대 인천캠퍼스 및 캠퍼스타운 건립을 위한 기본협약’의 효력기간이 연장 없이 종료됐다고 시는 선언했다.

대규모 투자유치 사업도 진행됐다. 검단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검단스마트시티는 당초 ‘퓨처시티’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시는 2015년 3월 두바이에서 칼리파 알 다부스 퓨처시티 CEO를 만나 두바이투자청이 36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퓨처시티’를 검단 지역에 건설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일 때다. 시는 "박 대통령도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초대형 외국인직접투자라는 큰 성과물을 내놓으면서 향후 3년 차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이후 사업은 진척 없이 퓨처시티에서 검단스마트시티로 변경됐다. 검단신도시도 ‘검단새빛도시’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시는 같은 해 6월 스마트시티두바이(SCD)와 양해각서(MOU)를, 2016년 1월에는 합의각서(MOA)를 체결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1년여 만에 무산됐다. 시와 두바이 측이 ▶SCD가 책임 있는 투자자로서 기본협약 체결당사자로 참여 ▶개발비 납부 금액과 납부 시기 ▶글로벌 기업 유치 담보 방안 등의 기본협약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시는 2016년 11월 검단스마트시티 무산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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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단새빛도시 단계별 추진계획
# 핵심 앵커시설 없는 검단새빛도시 잘 될까

검단스마트시티 협상 종료 후 곧바로 시는 공동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검단새빛도시 조성사업으로 전환했다. 검단새빛도시는 서구 당하·마전·불로·원당동 일원에 1천120만㎡ 규모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23년까지다. 총 사업비는 10조8천218억 원으로, 인천도시공사와 LH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는다. 계획인구는 18만3천670명(7만4천736가구)이다.

시는 먼저 검단새빛도시에 대한 특화 계획을 내놓았다. 특화 계획은 ▶새빛테크노밸리 ▶건강한 에코힐링도시 ▶가족 중심의 교육문화도시 조성이다. 새빛테크노밸리는 50만㎡의 도시지원시설과 7만㎡의 물류시설로 구성된다. 시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지원단지 등 인터넷 IT산업을 육성하고 중소 창업인을 지원할 단지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에코힐링도시는 약 30㎞ 길이의 트레킹 코스와 자전거도로를 설치해 시민들이 만수산과 황화산·큰짝산·고산 등의 녹색벨트와 경인아라뱃길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가족 중심의 교육문화도시로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맘스센터, 스마트CCTV, 에듀타운 등도 추진한다.

시는 당초 일정대로 2023년에 준공한다는 목표 기한도 세웠다. 현재 공사 중인 1단계 188만㎡는 올해 공정률을 38%까지 끌어올리고, 나머지 198만㎡는 올해부터 공사를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3단계는 인프라 구축과 택지 수급 상황 등을 연계해 추진하고, 3단계 일부 33만㎡에 대해서는 특수학교 개교에 차질이 없도록 올해 우선적으로 착공하기로 했다.

교통망 구축에도 나선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계양역에서 검단까지 7.4㎞ 2개 정거장을 연장하기 위해 5천550억 원을 투입해 2024년 개통할 계획이다. 6천억 원을 투입해 올해부터 광역도로 7개 노선 설계와 공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예전에 나왔던 계획을 나열하거나 구체적인 세부 계획 없이 큰 틀만 제시하는 ‘뜬구름 잡기’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핵심 앵커시설이 전무해 사업 성공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여기에 검단새빛도시는 검단스마트시티 조성사업 무산으로 1천억 원이 넘는 금융이자 발생까지 더해져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 관계자는 "검단새빛도시는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대규모 교통망 구축이 계획돼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며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호 검단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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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또다시 시작입니다." 신중호(54)검단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년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도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과 해제를 비롯해 중앙대 인천캠퍼스 유치 및 검단스마트시티 무산까지 계속된 실패로 주민들은 좌절감만 맛봤지만 그동안의 아픔과 불만은 모두 마음에 묻겠다고 했다.

 "검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학수고대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아지겠지’,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되겠지’ 하면서요. 검단스마트시티 조성사업도 사람들이 다 안 된다고 했을 때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결국 무산돼 버렸으니…." 하지만 검단 주민이기에 희망의 끈마저 놓을 수는 없었다. ‘수도권의 마지막 신도시’ 검단을 인천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희망이다.

 신 위원장은 요즘 검단 지역 일대를 돌며 탄원서 서명을 받고 있다. 탄원서에는 검단새빛도시를 ‘검단아라신도시’로 변경해 경인아라뱃길과 연계한 수변 도시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대학병원을 2지구에 유치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물론 원당대로에 견본주택 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사는 곳이고, 우리가 부르는 우리 동네 이름인데도 주민들과 협의 없이 붙여졌습니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다 보니 새빛도시의 ‘빛’이 다른 단어로 불리기까지 했고요. 이제 사업이 재가동된 만큼 주민들과의 논의를 거쳐 새 이름이 붙여져야 한다고 봅니다."

 신 위원장은 이달 말 기자회견을 열어 검단 주민들의 입장을 세상에 알리고 인천시에 서명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변하지 않는 곳이 바로 검단신도시입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죠. 하지만 언제까지 아파만 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서야죠."

 신 위원장은 검단신도시 개발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검단 주민과 인천시, 인천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0년을 기다려 온 주민들이 독수리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사업 지연은 안 될 말입니다. 앞으로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민과 함께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주민과 소통하며 개발사업을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검단새빛도시 개발사업 추진 과정

2006. 06 : 1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제안
2007. 06 : 1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2009. 02 : 1지구 개발계획 승인
2009. 12 : 광역교통개선대책 확정
2010. 01 : 1지구 실시계획 승인
2010. 04 : 1지구 토지보상 착수
2010. 05 : 2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2013. 12 : 부대공사(문화재, 벌목 등) 착수
2013. 05 : 2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취소
2013. 05 : 중앙대 인천캠퍼스 및 캠퍼스 타운 건립을 위한 기본협약 체결(인천시·중앙대)
2014. 01 : 광역교통(안) 합의(정부·인천시·공사·LH)
2014. 06 : 광역교통개선대책 변경(안) 제출(LH→인천시)
2014. 07 : 철거공사 착수(1단계)
2014. 08 :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승인 신청(인천시→국토부)
2014. 11 : 지장물 철거공사 착공
2015. 05 : 중앙대 인천캠퍼스 및 캠퍼스타운 건립을 위한 기본협약 종료
2015. 06 : 검단스마트시티 양해각서(MOU) 체결(인천시·스마트시티두바이)
2015. 10 :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승인
2015. 12 : 1단계(1-2공구) 단지 조성공사 착공(LH)
2016. 01 : 검단스마트시티 합의각서(MOA) 체결(인천시·스마트시티두바이)
2016. 11 : 검단스마트시티 협상 종료
2016. 11 : 검단새빛도시 활성화 계획 발표
2017. 01 : 1단계(1-1공구) 단지 조성공사 착공(도시공사)
2017. : 2단계 및 3단계 일부 우선 착공 예정
2019. : 3단계 착공 예정
2023. 12 : 사업 준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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